최근 학교폭력은 부모의 책임도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자녀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작년 학교폭력의 통계를 보면 1년간 학교폭력 피해 건수가 약 5만 9천 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렇게 학교폭력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 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거기에는 학교 현장이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 피·가해 학생 관계 개선 및 회복, 피·가해 학생 지원 등 교육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처리 제도를 개선하고 학교 전담 경찰관(SPO) 역할 방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이 완화된 증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외국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12년 전 국제다큐영화제에 <불리(bully)>라는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미국의 조지아, 아이오와, 텍사스, 미시시피, 오클라호마까지 5개 주 소재 학교들에서 ‘왕따’를 당한 5명의 아이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1년여 걸쳐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는 왕따에 시달리다 이미 세상을 등진 아이의 부모, 형제도 있고 친구를 잃은 아이, 그리고 영화를 찍는 중에도 왕따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충격적인 증언과 모습들이 나옵니다. 영화의 제목 ‘불리(bully)’는 ‘약자를 괴롭히다’ 또는 ‘괴롭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의 왕따 문제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과 제도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영화 속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는 “우리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그곳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고 절규하고, 교사는 “우리가 더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를 항변합니다. 그러면서 “지체 높은 집 자제가 우리 아이처럼 왕따를 당해 자살을 했다면 벌써 법이 제정되었을 겁니다”라는 영화 속 부모의 울먹임은 모두의 가슴을 찌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은 뜨거운 쟁점이지요. 저희가 어렸을 때는 학교폭력은 있었지만, 최근의 폭력과는 양상이 아주 달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의 시장 논리가 학교까지 지배하면서 경쟁 구도 안에서 무기력해진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는 자기보다 힘이 약한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입니다. 이제 학교폭력의 해결점은 학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부부끼리 나누는 말, 배려하는 자세, 자녀들과의 대화 등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비겁하고 사악한 짓’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항상 노력해야 하겠지요. 이렇게 학교폭력은 학생 본인의 성향이 원인이지만 가정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 교육 대상을 학부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