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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ug 19. 2024

세상의 변화는 일상 속의 작고 단순한 변화들이 모여 이


  지난주에 ‘한 사람 한 사람 변화의 합(合)이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역사적 변화란 평범한 개인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했지요. 이와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쓴 글이 있는데 (염홍철, “변화를 희망한다면 먼저 실천하라”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39~42쪽 참조) 그 글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을 쓴 존 폴 플린토프는 아래와 같은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를 하였습니다.


      “200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해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청중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위해 거의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특별한 역사적 이벤트에서 공적을 차지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다. 사      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의 장애물이 무너지게 된 것은 수많은 평범한 베를린 시민들이 아주 작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위 인용문은 역사 발전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상이한 시작입니다. 아널드 토인비는 그의 유명한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직면한 시련을 이겨나가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어 간다.” 고 했고,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도 "세계의 역사는 위대한 인물의 전기"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이론에 반해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 <전쟁과 평화>에서 이른바 ‘위대한 인물론’을 부정하였습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시대 흐름을 이용할 뿐이지 그 흐름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역사관이었습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도 톨스토이와 같은 역사관을 가져 “정치인은 대세를 만들지 못한다. 만들어진 대세를 이용할 뿐이다.”라고 말했으며, 로버트 케네디도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큼 위대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바꿀 수는 있다. 인간의 역사는 사소한 일들을 바꾸는 수없이 많은 용기와 믿음에 의해 이루어져 간다.”라고 했습니다.


  각기 다른 역사관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으나 위대한 인물 주도의 역사관이 최근에 와서 점차 퇴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일상 속의 작고 단순한 변화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여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도 플린토프의 지적대로 주민들이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소의 경비병들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도왔고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실천한 아주 작은 행동이 여기저기서 수시로 모이고 모여, 정치인들로 하여금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결단이라기보다는 떠밀려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는 국민 모두의 일상에서 출발해야 하며, ‘먼저 실천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희망은 소파에 앉아 당첨되기만을 기다리며 손에 쥔 복권이 아니라, 문을 깨부수는 도끼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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