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문학이라고 할 때, 보통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하는데 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의 약자지요. 그러나 사실상 인문학의 범위는 훨씬 더 방대합니다. 인문학의 어원은 고대 로마 키케로라는 철학자이며 정치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후마니타스(인간다움)라는 개념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키케로는 인문학은 ‘탁월함’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짧게 정의하였습니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이 곧 인문학의 출발이고, 그 탁월함의 추구를 통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바르게 가르쳐준다고 하였지요. 이렇게 키케로는 탁월함과 ‘인간다움’을 같은 선상에서 주장을 하였는데, 탁월함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종종 도덕적 가치와 연결이 됩니다. 당연히 인간다움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 도덕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날에는 인문학은 도덕성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대가 종결되고 중세 시대가 전개되면서 후마니타스, 즉 인간다움은 인간의 의무로 그 개념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학문도 신학, 법학, 의학을 중심으로 세분화되었지요. 이러한 논의가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상공인 계급이 등장함으로써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했는데 이때, 이탈리아의 시인이며 인문학 선구자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등장하게 됩니다. 페트라르카는 키케로의 ‘인간다움’을 확대, 발전시켰는데, 키케로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피렌체 상공인들의 학문적 욕구에 부응하였습니다.
당시 피렌체에는 대학이 없었는데, 대학 대신 ‘플라톤 아카데미’가 건립되었습니다. 여기서 인문학이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가 제기되었는데 첫째는 나에게 진실된 삶(진), 둘째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도덕적인 삶(선), 셋째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멋진 삶과 의미 있는 죽음(미)입니다. (김상근 외 <나는 누구인가> 참조)
그래서 인문학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느냐가 핵심적인 질문이고 이에 대한 모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질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무한 경쟁 사회가 되면서 정신적으로는 피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인문학이 더욱더 필요한 것이고, 거슬러 올라가서 인간중심의 정신을 강조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의 재인식과 재수용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