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쉬움과 설렘

by 염홍철


오늘은 12월 2일, 어제가 휴일이었으니까 사실상 12월을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12월을 맞는 우리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설렘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보내고, 맞는다는 것은 끝과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심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라는 유명한 시가 있지요.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전쟁의 시작과 끝을 보고 나서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이 풀밭 위에서 누군가는 자리 깔고 벌렁 드러누워 이삭을 잎에 문 채 물끄러미 구름을 보아야만 하리”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썼지만, 심보르스카는 “시작 전에 다른 끝이 있고, 끝 이후에 다른 시작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작에서 끝이 오고, 또다시 시작되는 것이 만물의 순환이지요.


우리가 문장을 쓸 때, 쉼표도 찍고, 마침표도 찍습니다. 어느 작가는 “짧은 문장들이 당신들의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쉼표를 도미노처럼 릴레이로 나누어 품으면 세상이 좀 더 환해지지 않겠느냐?”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장이 쉼표로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그 문장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쉼표 대신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마침표는 다른 문장에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어,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시인은 12월을 회상하면서 다시 돌려보면 “아쉬운 풀잎만이 허공에 돌고/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라고 아쉬워했는데, 마지막에 반전을 시도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찌합니까?”라고 말입니다. 지낸 세월에 후회도 있지만, 앞으로는 더 나을 것 같은 기대도 있습니다.


어느덧 12월의 시작입니다. 2024년도 이제 한 달 남았네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은 새해를 맞는 설렘으로 바꿔봅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을의 끝자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