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소확행’이 생활 습관에 배어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지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기 때문에 전혀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행복 담론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확행에서도 목표는 ‘행복’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의 강조가 행복의 과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2030 세대 안에서 행복의 담론이 변화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2030 세대들은 “너무 행복한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소확행도 행복이 목표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지고 그 안에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 제기는, 서울대 ‘트렌드 코리아’ 팀에서 2025년 키워드에서 ‘아보하’를 선정하면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준말인데, 유념할 점은 이 ‘아보하’는 ‘소확행’의 비판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소확행도 트렌드 코리아 팀의 2018년 트렌드로 소개되었던 개념이니까 바뀌는 주기가 아주 짧지요. 그동안에는 성공이 곧 행복이라고 믿었었는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우리 사회의 최고의 키워드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자는 소확행의 본래의 취지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행복이 아니다”라는 강박관념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행복은 남들로부터 평가받기도 싫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행복하고자 애쓰는 것도 싫어서,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설정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해오는 자동차에 다칠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할 수도 있으며, 보이스피싱 사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게 다행이라는 것이지요. ‘행복’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아보아보다는 소확행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보하는 하루하루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게 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집단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소확행에서의 행복은 거창한 행복이 아닙니다. 걷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행복은 누구에게나 부여되고, 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말로 소소한 것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지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아보하를 키워드로 선정하면서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중용의 절제를 아는 삶의 태도”라고 설명하였는데, 당연히 여기에 동의하면서도, 소확행에서의 행복도 ‘소소함'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