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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무슨 책을 먼저 읽어야 하나?

by 염홍철


인문학에 대해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나 주변인으로부터 ‘무슨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분들에게 고전 소설을 먼저 읽으라고 권합니다. 철학 서적은 이론적, 개념적, 논쟁적인 데에 반해, 소설은 삶의 구체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손쉽게 접근할 수가 있고, 철학, 심리학, 사회학, 역사, 인류학 등 모든 분야가 녹아있습니다.


안상현 씨의 <인문학 공부법>에서는 소설을 스토리 위주, 아름다운 문장 위주,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해주는 내용 위주로 읽어야 하는 책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소설도 있지만, 때로는 소설에 세 가지가 결합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 작가가 평생을 고민한 삶에 대한 가치들이 주인공의 말을 통해서 간결하고 집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설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아 독서의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소설이 있지만,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몇 개의 소설을 먼저 소개하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부활>, 셰익스피어의 <햄릿>,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조정래의 <정글만리>, 김훈의 <남한산성> 그리고 고교 시절 저에게 깊은 감동을 준 최인훈의 <광장>을 추천합니다.


그다음 단계로 인문 고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서양의 고전은 주로 그리스와 로마 두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고, 동양 고전은 단연 중국입니다. 이것도 제가 읽은 책을 기준으로 세 지역을 넘어 좀 더 다양하게 인문 고전을 선택해 보면, 철학에서는 공자의 <논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 정약용의 <목민심서>, 존 S. 밀의 <자유론>이 있고, 문학에서는 단테의 <신곡>, 박지원의 <열하일기>, 경제학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있습니다.


이상은 제 경험을 중심으로 선별해 보았는데, 당연히 더 많은 소설과 인문 고전들이 있습니다.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오늘은 제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소개를 해 드립니다. 이번 주말에 ‘동지’를 맞습니다. 밤이 점점 길어지지요. 깊은 밤, 인문 고전으로 독서 습관을 들여보심이 어떠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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