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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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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해피 아워(Happy Hour)는 음식점에서 특정 시간에 맥주나 와인 같은 알코올음료를 할인해 주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기분이 좋은 시간’을 말하겠지요. 그런데 저의 해피 아워는 사무실에서 출근한 후 10시부터 11시까지로 설정했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는 내방객도 거의 없고, 급히 처리할 일도 없기 때문에 한가하고 주위가 적막해서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해피 아워라고 할 수는 없고, 이 시간에는 ‘음악’과 ‘커피’가 있어야 하지요. 이 시간에 클래식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는데, 물론 유튜브를 찾으면 좋은 음악들을 고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요. 무슨 일이든지 습관화되려면 부담이 없고 귀찮지 않아야 합니다. 아주 쉽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음악방송을 듣는 것이지요. 수십 년 전부터 출근하면 KBS FM 음악방송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9시에서 11시까지 ‘가정 음악’ 시간에 다양한 음악이 방송되지요. 가끔 전문가들의 해설이 곁들여지고 요일마다 음악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금요일에는 오페라의 하이라이트가 해박한 해설과 함께 방송되는데, 감상은 물론이고 음악 상식이 많이 늘어납니다. 이 시간에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를 듣노라면 세로토닌 같은 해피 호르몬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시간에 당연히 커피를 마시지요. 처음에는 손쉬운 캡슐 커피를 마셨으나, 점점 커피 맛에 대한 욕심이 생겨 요즘은 원두를 사서 그라인더에 갈아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십니다. 이때 신선도, 원산지와 로스팅 날짜가 명시된 커피콩을 구입합니다. 일단 생산국별로 맛과 향이 다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커피는 여러 나라로부터 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지요. 생산지에 따라 풍미가 다양한데, 보통 산미, 바디, 클린, 단맛 등으로 구별할 수 있으나, 저는 산미에 클린과 단맛 등을 섞는 것을 선호합니다. 두세 종의 원두를 섞어서 그라인더에 가는데, 당연히 오리지널 맛은 아니지만 제 취향에는 맞습니다. 드립 할 때 물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92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일일이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 100도 이상의 끓는 물을 드립 포트로 옮겨 1~2분쯤 있으면 좀 식기 때문에 90도보다 조금 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마시는 컵도 중요합니다. 사무실에서는 머그잔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핸들이 있는 컵과 받침의 조합이 되어야 커피 맛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책상 위에 꽂아 놓은 꽃 한 송이와 같은 효과지요.


이렇게 10시부터 1시간 갖는 해피 아워 시간은 정말로 행복합니다. 당연히 많은 상상과 사색이 수반되지요. 그래서 요즘은 해피 아워를 맞기 위해 사는 것 같습니다. 제 루틴이 하나 더 생긴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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