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지요. 가을에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도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겨울에 느끼는 외로움은 아마도 추위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따스함으로 녹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가족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습니다.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은연중에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지요.
가족과 관련한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짧은 시를 소개하면,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저도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시를 써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너희들에게 너털웃음 크게 짓지만, 속으로는 짠하고, 아버지는 너희들에게 참을성 있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조바심 내고···.”
두 시 모두 가족 간의 애틋함을 표현했으나, 이러한 감정들은 얼마든지 기쁨과 보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가족 간에도 진정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원리는 간단합니다.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종’처럼 베풀기 때문입니다. 만일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지나치게 이기적이어서 아이를 소홀히 한다면, 그 엄마는 아이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 간의 사랑이 당연히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보하고 배려하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니까 그냥 적당히 넘어가도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니까 오히려 더 많은 노력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것입니다.
얼마 전 계엄령이 선포되던 날, 저는 반사적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사태와 우리 가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뭔가 주위가 불안하면 바로 가족을 찾게 되고, 가족과 대화하면 안정이 되지요.
오늘 ‘가족’에 대한 글은 남정림 시인의 <우리의 행복>으로 마무리합니다.
“네가 좋으면/ 내 어깨에 흥이 돋고/ 네가 웃으면/ 내 가슴으로 꽃이 오고/ 네가 신나면/ 내 허리에 춤이 핀다/ 행복한 너를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