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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인의 '초월의 욕구'를 생각한다.

by 염홍철


제가 가까이 지내는 지인 중 한 분은 공무원을 정년 퇴임한 후 대학에서 8년쯤 강의를 하고 지금은 몇몇 사회단체에서 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매사에 모범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충실히 하고 있지요. 지난 주말 그분을 만났는데, 최근 세 가지 생활 목표를 세웠다고 합니다. 첫째는 ‘흐트러짐 없는 생활 자세’ 둘째는 ‘초월함에서 오는 여유로움’ 셋째는 ‘진리 안에서의 당당함’이라는 것이지요. ‘흐트러짐 없는 생활 자세’라고 하는 것은 생활의 루틴을 지킨다는 뜻이고, ‘진리 안에서의 당당함’이란 그분의 신실한 신앙적 다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가진 대목은 ‘초월함에서 오는 여유로움’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다짐에서 나온 얘기이지만, 철학적 명제이기도 하지요. 많이 알려진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설’이 있습니다. 첫째는 ‘생리적 욕구’, 둘째는 ‘안전과 안정의 욕구’, 셋째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넷째는 ‘존경의 욕구’,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이와 같이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 상위 욕구로 나아가는 것이 인간 본연의 심리입니다. 그런데 일부 심리학자들은 욕구 5단계 설에 하나 더하여 ‘초월의 욕구’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매슬로는 말년에 가서 주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월의 욕구를 추가하여 결국 ‘욕구 6단계 설’이 되었지요. 그런데 욕구 6단계인 ‘자기 초월의 욕구’는 욕구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처음 관심사는 ‘나’이지만, 점점 타인에서 사회로 더 나아가 인류로 그 단위가 확장되는 것이지요.


제 지인의 이러한 삶의 실천 과제를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평소 바른 삶(흐트러짐 없는)을 실천하면서 초월의 단계로 관심을 높인 것은, 자기를 초월하여 타인과 사회, 그리고 인류에 기여하려는 욕구 즉 자기를 넘어선 의미와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이기 때문에 권장되어야 할 덕목이지요. ‘나잇값을 하라’는 말이 있지요. 70에 도달한 그 지인의 삶의 다짐을 들으면서, 그분은 ‘나잇값을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물론 매슬로의 욕구 단계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추구하는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위 욕구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에리히 프롬이 얘기한 “성장 동기가 충족되면 열정, 황홀경, 평온함을 느낀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 지인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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