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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나라를 걱정한다

by 염홍철


일반 국민은 일상에만 충실하면 되는데 요즘은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게 됩니다. 대행 체제인 정부를 걱정합니다. 이리저리 휘둘리고 기회를 놓치지는 않는지 걱정을 합니다. 여야 정치권은 불안한 정국을 틈타 오로지 당리당략이나 정권 유지 또는 획득에만 매몰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을 합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과도한’ 신념에 사로잡혀 과격한 행동으로 사회질서를 파괴하지는 않는지 걱정합니다.


대행 체제는 오롯이 국민만 보고 흔들림 없는 실천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정무직 관료 아래에는 오랫동안 훈련된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숨죽이고 있지만, 위에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다면 열심히 뒷받침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무원과 관료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야는 정권을 잃을 수도 있고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정권을 유지하거나 획득하려고 공정과 상식을 저버리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바꿔 말해, 양극단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은 잘하는 정당에 표를 주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입니다. 천재적인 기술은 과학자나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이고, 일반 국민들은 ‘상식’과 ‘순리’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지요. 국민들은 이익 공동체 논리에 매몰된 정치엘리트 사이의 당파적 외침을 듣길 원하지 않습니다.


도로에 나와 있는 많은 시민들은 주장을 하되 질서와 절제를 실행해야 성숙한 시민입니다. 민주국가의 국민은 많은 쟁점에서 언제나 이견을 드러내야 합니다. 다양성과 비판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견들이 증오로 가득 차 있거나 폭력적이라면 오히려 시민사회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입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리 선한 ‘목적’을 가졌다 할지라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수단’은 용인되지 않습니다. 수만 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해도 기물 하나 손상이 없고, 쓰레기들을 모두 치우고 돌아가는 K-시위문화는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많은 서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지요. 장사가 안되어서 하늘에 대고 욕은 하지만, 이내 그들은 생업의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지요.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입만 열면 ‘국민’을 앞세우지요. 진정 서민의 아픔을 알고 국민이 나라 걱정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은 각성해야 하고 정당들도 다시 태어나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어느 학자는 “민주주의는 끝이 없는 실험이고 그 성과는 결코 확신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조속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 동력을 일으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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