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by 염홍철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만족스러울까요? 만족하지는 않아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직업의 기준은 ‘돈’과 ‘사회적 지위’가 아닐까요? 그런데 돈과 사회적 지위는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개인적 가치보다는 타인이 보는 평가 혹은 상대적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돈이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사람들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평생 허상을 좇고 살고 있습니다.


영안실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기피하는 직업일 것입니다. 오히려 무시당하는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을 당한 가족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가는 길을 돌봐주는 장례지도사에 대해서 마음속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겠지만 장례 시 또는 장례가 끝나면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요. 따라서 그분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돈이나 지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에 쏟아붓는 정성 때문에 받는 감사의 인사니까 그 직업의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미 작고하신 저의 부모님들도 병원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간병인을 자주 보게 되었지요. 간병인도 그렇게 자랑스러운 직업은 아닐 수 있지만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항상 경의를 표하지요.


역사에 남을 고결한 업적이나 세상을 멋지게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성취감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모두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막상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도 자신의 일에 환멸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때문인지 대통령을 역임한 어느 분은 재직 시,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고 말한 바도 있지요. 우리가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진정으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