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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제도 개선에 대하여

by 염홍철


지난주 정부는 2028년부터 유족이 상속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 방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인이 다 같이 세금을 내는 ‘유산세’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로 전환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정부안으로 아직 국회에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상속세에 대한 폐지 또는 감액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이고 최대 주주 주식에 대해서는 할증 과세가 적용돼서 실질 세율은 최대 60%에 달합니다. 이런 높은 세율 때문에, 가업 승계가 어렵고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나와서 기업 생존과 일자리 유지에 악영향이 있다는 주장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논거도 만만치 않지요.


상속세는 세습 자산에 대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폐지하면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속세는 사실상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인데 폐지하면 부자 감세 효과가 크고 사회적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같이 상속세 제도에 대한 논쟁이 활성화되었고 국회에서도 여야가 이견을 좁혀 가는 상황이므로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상속세 최고세율이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이고 이에 따라 가업 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커서 기업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상속세 폐지와 관련한 논쟁이 심화하였을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미국 부자들의 태도를 상기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상속세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명분은 미국 경제의 활성화였고 조세 부담이 낮은 나라가 경제 성장에 빠르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주목하고 싶은 것은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등 미국의 부자들은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책임 있는 부자 모임’에서는 상속세 폐지 취소 광고를 냈습니다. “상속세가 없다면 사람들이 재능이 아니라 유산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좌우할 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자들은 “우리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세상에 살고 있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100대 부자 대부분이 이 운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했고 결국 부시 대통령은 상속세 폐지 움직임을 중단하였고 지금도 상속세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상속세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상속세 폐지가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의 즉 빈부격차 해소 등의 이유로 상속세 폐지에 반대한 미국 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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