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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수축사회>

by 염홍철


6년 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기부 직원들에게 “함께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며 추천한 책이 홍성국 씨가 쓴 <수축사회>였습니다. 당시 박 장관은 “인구가 늘고 더 이상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가 아니고, 제로섬을 넘어 수축사회로 가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사회 현상을 같이 논하자”며 “상생과 공존을 바탕으로 다 같이 성장하는 사회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홍성국 씨가 얘기하는 수축사회라는 것은 경제, 인구, 사회 모든 측면에서 팽창이 아니라 수축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즉 더 이상 성장을 기본전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수축사회의 원인은 인구 감소, 기술 혁신의 한계, 자본주의와 소비 사회의 포화,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수축사회는 저성장과 저소비가 일상화되고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며 공동체의 해체와 개인화가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성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보존과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포용과 공정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다시 <수축사회>를 꺼내 든 것은 국내외적으로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여 경제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홍성국 씨의 수축사회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요. 성장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멈추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양적 팽창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 성장과 무형 자산의 성장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지요. 이렇게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산업·가치관 기반의 성장 패러다임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성국 저자와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누구의 견해가 맞는지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축사회>를 다시 읽는 것은, <수축사회>의 가설이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동체의 보존’과 ‘신뢰 회복’은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멈춘다고 할지라도 삶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고 이것은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뒤, ‘상호 의존’이라는 보편적 국제질서와 기후 위기 등 당면 과제를 무시하고 다시 성장만능주의를 지향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AI나 나노기술 등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기후 위기에 따른 자원의 순환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인간적인 삶과 공동체의 회복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기존의 성장 이론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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