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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by 염홍철


‘아니 벌써’는 옛날 3인조 그룹 산울림의 노래 제목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교정을 걷다가 학교 화단에서 자잘한 새순들이 잔뜩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아니 벌써’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벌써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할 때가 되어, 다른 의미에서 ‘아니 벌써’를 외쳐야 하겠습니다. 산울림은 “아니 벌써 창밖이 환하게 밝았네”로 시작하더니 “아니 벌써 밤이 깊었네”라고 했고, 곧이어 “아니 벌써” 정다운 눈길이 거리에 찼다고 했습니다.


어제가 절기로는 곡우(穀雨)였습니다. 곡우는 봄비가 자주 내리고 곡식이 풍성해지는 절기이며 태양 황경이 30도가 되는 때입니다. 곡우가 봄의 마지막 절기라는 점에서 봄이 분명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하늘과 땅에 아지랑이처럼 빨리 퍼져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4월의 네 번째 주 시작이네요. ‘2025년’이라는 말이 마냥 어색했는데 세월이 빨리 흘러 ‘아니 벌써’ 올해의 3분의 1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맑은 햇빛을 바라보면 눈물이 납니다. 봄에 떠나간 당신이 그리워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바람과 내가 소통하면서 느껴지는 생동감 때문에 눈물이 납니다.


마지막 며칠 남은 이 봄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양형근 시인의 <봄의 기도>처럼 가난한 이들의 골목골목마다 따뜻한 소식들이 많아졌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남은 설레는 봄이 되기를 기원하며 4월 하순의 첫날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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