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사람을 단죄할 수 있나?

by 염홍철



지난번 나치 독일의 만행을 살펴보다가 독일을 전공한 서울대 홍진호 교수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분이 소개한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 일단 홍진호 교수가 축약 소개한 것을 다시 축약해 보겠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미하엘 베르크라는 15세 소년이 21살 연상인 한나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글을 읽을 줄 몰라서 미하엘은 항상 그녀에게 독일의 고전 작품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사라져서 두 사람은 이별을 하게 되지요. 미하엘은 법대를 졸업하고 어느 날 법정 참관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오래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한나가 피고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나는 나치 시절 유대인 집단 수용소에서 일했고 그때의 죄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이지요.


당시 수용소 직원 세 사람이 같이 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한나에게 책임을 넘겼습니다. 그가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유대인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하엘은 한나가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보고서를 쓸 수가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그 보고서를 썼다고 인정해 버리고 맙니다.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지요.


한나가 감옥에 있는 동안 미하엘은 감옥으로 한나를 찾아가 예전과 똑같이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지요. 한나는 미하엘의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읽기와 쓰기를 익히고 미하엘에게 편지도 보내지요. 시간이 흘러 18년의 감옥 생활을 마친 한나는 출소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출소 전날 통화를 하지요. 그리고 다음 날 미하엘이 한나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한나의 유언에 따라 미하엘은 그동안 그녀가 모은 돈을 유대인 수용소에 있던 어느 생존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 유대인은 이를 거절하고 그 두 사람은 그 돈을 문맹인과 유대인 희생자를 위해 기부하기로 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배운 것이 없는 무식한 여자가 먹고살기 위해 취업을 하고, 그곳이 우연히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였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성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명령에 따라 성실히 일하다가 결국 나치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첫째로 과연 우리가 이 여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는 아무리 문맹이었지만 유대인 학살과 같은 문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을 정당화할 수 있었느냐 하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의 일면을 보고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선과 악, 또 그것이 뒤섞인 상황에서 우리는 항상 부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떨칠 수 없네요. 그래서 오늘은 누가 한나를 단죄할 수 있느냐고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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