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해하는 민주주의는 선거 등 국민의 의사에 기초하여 정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공공영역’에서 논의되면 그 의견이 집약되어 정당 등이 그것을 매개하고 의회에서 결정하면 그것을 정부가 집행하였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형식은 변함없지만, 사실상 이와 같은 정치과정이나 ‘공공영역’은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습니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가 직접 공적인 공간에 접근하여 그 의견이 민주적 총의로 둔갑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각 정치세력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그것을 활용하고 있지요. 이렇게 정보 검증의 부재로 확증편향을 갖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왜곡된 여론이 마치 민주적 총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왜곡 사례는 2020년 미국의 대선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선거가 조작되었다’라는 주장이 SNS를 통해 확산된 적이 있습니다. 이 주장을 바탕으로 QAnon 음모론(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극우 성향의 음모론 운동)이 퍼졌고, 이후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근거 없는 가짜 뉴스였으며 민주적 절차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SNS상에서는 이러한 익명의 사용자들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격적 선동적 의견을 표출하는데 이러한 익명의 발언은 사회적 검증이나 책임 의식을 전혀 수반하지 않고 있어 가짜 뉴스가 ‘민주적 여론’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언론과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에서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허위 정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을 확보하고 아울러 시민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간, 국민의 참여 확대는 바람직하나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