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천명 아카데미’가 개강하는 날입니다. 지천명 아카데미는 대전의 어느 병원이 사회 공헌 활동의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기 위해 창립합니다. ‘지천명’이란 말은 공자가 말한 다섯 단계의 삶의 경지 가운데 하나이지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자립하였으며, 마흔에는 미혹함이 없었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고(知天命), 예순에는 귀가 순해졌으며, 일흔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는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50세에 이르면 하늘의 명, 곧 운명의 이치와 삶의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동시에 자신의 한계와 운명을 자각하면서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단계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이런 뜻에서 이 아카데미의 명칭을 지천명으로 정한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병원의 원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의 신앙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뜻을 알라’는 암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병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적인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사례를 몇 가지 거론하면, 스타벅스는 커피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공정무역 원두를 구매하고 지역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윤리 경영의 모범을 보인다고 알려졌고, SK그룹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기업활동이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수치화하여 단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지역의 명문 빵집 ‘성심당’은 단순한 제과점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윤리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심당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국에 확장하지 않고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지역과 함께 가는 기업’이라는 신뢰를 구축하여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을 보호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공헌 활동도 많이 하지요. 빵 나눔 봉사, 어려운 이웃 지원, 청년 고용 창출 등을 통해 지역사회 복지와 활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오늘 출범하는 지천명 아카데미는 몇 가지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을 핵심 개념으로 삼아 인문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학습하고, 신뢰 기반의 상호 연결망을 형성하며, 열린 운영을 통해 서로의 교양을 넓히고 높이는 데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첫 번째 강사로 국민 시인인 나태주 선생님을 모신다고 합니다. 이분이 말씀하실 주제는 소박함, 진정성, 공감이라는 언어를 통해 신뢰와 연결을 회복하자는 인문학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와 같이 기업에서 크고 작은 사회 공헌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량적 발전을 넘어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이 되는 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