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글에서 마키아벨리를 인용하면서 “선보다 능력이 권력 유지에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선이나 도덕이 성공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지요. 오늘은 어제의 논의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선과 능력의 관계를 좀 더 파고들고 싶습니다.
일단 정치적 관점에서는, 마키아벨리와 같은 현실주의 정치사상가들은 권력 유지와 국가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이들에게 ‘선’은 절대적 도덕규범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활용되는 정치적 기술에 불과하다고 본 것입니다. 지도자가 반드시 선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선한 척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은 본질적인 가치라기보다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은 단순한 도덕이라기보다는 권력을 확보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의 한 형태로 본 것입니다. 즉 ‘선해 보이는 능력’, ‘도덕적 신뢰를 구축하는 능력’은 권력의 기술 중 하나로 기능한다고 본 것이지요.
위와 같은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차원에서 선을 바라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적 삶에서 선은 외부적 보상과 무관하게 ‘내면의 평화’를 줍니다. 남을 속이거나 해친다면 당장은 이익을 얻더라도 불안과 죄책감이 남을 것입니다. 반대로 작은 선행이라도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하며 자존감을 강화해 줍니다. 한편, 선을 철학적으로 해석한다면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복도 선을 실천할 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선은 ‘잘 사는 것’의 본질적 조건이며 능력이라기보다 존재의 충만함을 가능케 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어제의 문제 제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악한 자가 벌을 받지 않고 번영한다는 것은 삶의 질을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번영이란 가치와 의미가 수반되지 않은 양적인 충만을 말하기 때문에 삶의 질의 측면에서는 ‘성공’이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가 얘기하는 ‘선보다 능력이 성공을 이루어낸다’는 주장은 가치와 의미를 배제한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측면의 주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선은 능력을 넘어서는 고유한 가치로 인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