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와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본 자유의지와 운명론

by 염홍철



인간은 자유로운가 아니면 정해진 길을 따르는가? 에 대한 의문은 철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핵심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자유의지는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운명(결정론)은 모든 사건은 신의 섭리, 자연법칙, 혹은 인과관계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신이 전능하고 미래를 이미 알고 있다면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모순이 아니겠는가입니다. 이렇게 자유의지와 운명의 갈등은 단순히 철학적 논쟁을 넘어 인간이 책임을 지는 존재인지 또는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지와 직결됩니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신의 섭리와 인간의 선택을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철학적 전통에서는 결정론과 자유론 또는 양립 가능론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심오한 종교적, 철학적 명제를 음악에서도 풀어내었지요. 베르디의 유명한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는 ‘운명’은 단순히 극적 장치라기보다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르디는 <운명의 힘>이라는 작품을 통해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힘으로 묘사하였지요.


이 오페라는 주인공들의 사랑이 우연한 사고(총격)로 시작하여 연쇄적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두 인물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가족의 원한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불행한 우연’ 때문에 결코 결합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운명은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건을 지배하는 초월적 힘으로 나타납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철학적 긴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에서는 ‘운명의 문을 두드린다’는 설명과 함께 불가항력적인 힘의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은 운명은 피할 수 없고 파멸로 이끄는 비극의 힘으로 묘사하여 결국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베토벤 <운명>은, 운명은 투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베토벤의 5번 <운명>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과 달리 최종적으로 승리와 환희로 결말을 짓지요. 두 작품이 분명히 구별되는 것은, 베토벤은 운명을 넘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했고, 베르디는 운명에 굴복하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논쟁은 종교적 차원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가능성을 아시지만 선택은 인간이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유의지와 운명론은 대립적 개념이 아니라 공존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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