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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09. 2024

'이기적 이타주의' 사회를 위하여


  미국 조지타운대 아비가일 마쉬라는 신경과학과 교수가 있습니다. 이분은 ‘이타성의 근원’에 대한 연구를 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연구하게 된 동기가 특이합니다. 이 교수가 젊었을 때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합니다. 갑자기 뛰어든 개를 피하다가 황급히 핸들을 돌렸지만 개를 치고 말았습니다. 차는 몇 바퀴 돌고 고속도로 한복판에 역방향으로 멈추고 말았지요.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건너편에서 어느 남성이 달려와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긴 다음 이름도 밝히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이를 경험한 그녀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생명 부지인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심리가 궁금해서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 이타심의 근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을 다루는 모든 학문은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했습니다. 그런데 마쉬 교수는 이타심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찾았는데 첫째는 뇌 구조의 차이라는 점과 둘째는 심리적 차이를 규명해 냈습니다. 먼저 뇌 구조로는 대뇌변연계에 존재하는 편도체가 있는데 사이코패스의 편도체는 일반인보다 20%가량 크기가 작고, 장기 기증자의 뇌를 MRI로 측정해 보니까 일반인보다 8%가 큰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타주의자는 원래 그렇게 타고난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요.


  한편 편도체는 다소 작을지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후천적으로 이타주의가 연마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정의 대상을 친구나 가족을 넘어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합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이타심의 불꽃이 살아 있는 것이지요. 저는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마쉬 교수가 새마을지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으면 더 확실한 논거를 제시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앞으로 사회가 성숙하면 세상은 이타주의가 지배하는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인간은 이기주의적이고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게 태어났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박용삼 <테드, 미래를 보는 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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