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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11. 2024

휴대폰에 중독된 세상


  우리나라에 보급되어 있는 휴대폰이 5,616만 대라고 합니다. 영유아를 제외하고 전 국민이 평균 한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휴대폰은 편리한 통신수단입니다. 전화 용도는 물론이고 TV 시청, 게임이나 오락을 할 수 있으며, 뉴스와 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천 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고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알려 줍니다. 인터넷 기능까지 있어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요.


  얼마 전 관 속에 넣어가고 싶은 품목 1위가 추억이 담긴 물건도 아니고 가족사진이나 편지도 아니며 휴대폰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휴대폰을 무덤 속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가족이나 친지가 넣어주었겠지만, 죽고 나서도 세상과 접속하고 싶은, 접속해야 할 것만 같은 격렬한 욕구를 나타내는 일화지요.


  그러나 이렇게 필수품이 된 휴대폰이 때때로 생활의 공해가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정숙을 요구하는 장소에서 휴대폰이 울려댑니다. 늦은 밤에 잠을 깨우기도 하고 심각한 대화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잠시도 꺼놓지 못합니다. 혹시 올지도 모르는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지만 사실은 중독 상태였기 때문에 항상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것이지요.


  저는 오래전에 <휴대폰 속 세상>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몇 줄만 소개하면,

  “뉴스 읽고 영화도 보고

   인터넷 게임하고 정보 검색도 한다

   전화번호 수천 개 한 번에 저장하고

   가족들 생일도 빠짐없이 알려준다

   ···

   그러나 편리는 여차하면 공해 되어 돌아온다

   숨죽여 듣는 목사님 설교 시간에 띠리링

   깊은 잠 단 꿈속에서도 띠리링

   연인과 깊은 대화에 끼어들어 띠리링

   숨을 거둔 사람의 주머니 속에서도 띠리링”


  이렇게 휴대폰이 공해를 거론하면서도 비슷한 실수를 계속합니다. 상대방의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시로 전화를 걸고, 명절이면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그쪽의 분위기를 깰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의 공해를 투정하면서도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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