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세력의 강경 노선을 완화시키려면?

by 염홍철


우리들의 상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극단적인 목소리는 걸러지고 중도적인 주장이 힘을 얻어 여론을 형성하였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이념 양극단 세력이 대두되고 그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같은 현상입니다. 그래서 중도층 또는 중립적인 생각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상식이 맞지 않게 되었지요.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배경과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문·방송 같은 정통 매체가 여론의 문지기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인터넷, 특히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의 발달로 작은 집단의 극단적 의견이 빠르게 확산·확대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릭’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자극적이고 분열적인 콘텐츠가 오히려 보상을 받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한몫했지요. 미국은 글로벌화와 제조업의 쇠퇴 그리고 인종과 이민 문제가 대두되었고, 한국은 양극화, 청년층의 불평등과 지역 갈등이 겹치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이런 불만을 단순하고 선명하게 설명해 주는 극단적 이념(좌·우)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 양당 체제에서 타협이 점점 줄어들고,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중도파 정치인의 영향력이 약화하였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당내 공천과 지도부 선출에 큰 힘을 가지면서, 극단적 목소리가 당내 주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이 당대표가 되었지요.


최근에 대두된 MZ 세대는, 미국에서는 기후·젠더·인종 문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강하게 표출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보수 진영의 극단화가 심화했습니다. 한국에서는 MZ 세대가 기존의 진보·보수 프레임을 넘어 이슈별로 강경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가 양극화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과거의 국민 여론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내 소집단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었습니다. 이 집단들은 자기 확증적 환경에 갇혀 점점 더 강경한 입장을 강화하고 있지요. 미국에서의 트럼프와 한국에서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강경 지지층의 열정과 동원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조용한 다수가 아니라 열정적 소수가 실제 정치 과정을 크게 움직이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렇게 강경 세력들에 의한 여론 주도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 대응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예비 선거 참여를 확대하고, 한국의 경우는 공천 과정에서 일반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강경 지지층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양당 체제 안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 등 다당제적 요소를 확대해서 중도 온건 세력이 원내에 진입할 통로를 넓히면 극단적 양극화 대신 타협 정치가 촉진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권과 국민 모두 심각히 고민해야 할 정치적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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