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낯설지 모릅니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그는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인해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철학적 성격의 문예 및 예술 평론, 영화감독 등 다양한 문화계 활동을 한 인물이지요. 그런데 그를 다시 소환하는 것은 그가 가진 성(性) 인식이 주는 영향력 때문입니다. 그는 동시대 사람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같이 20세기 페미니즘 사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손택은 보부아르와는 달리 전통적 의미의 페미니즘 운동가라기보다는 비평가로서 사회와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틀을 바꾸려고 노력한 사람입니다.
수전 손택은 여성과 관련한 두 편의 주요 에세이가 있는데, 하나는 <여자에 관하여>(1972)와 <여성과 아름다움>(1975)입니다. 여기에서 그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여성이 단순히 인간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성(性) 범주로 구성된 점을 비판하는 것이지요. 즉 여성은 늘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됩니다. 남성은 보편적 인간으로 인정되지만 여성은 아내, 어머니, 연인 등 특수한 존재로 위치 지어집니다. 따라서 여성 해방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이 여성 가치의 본질처럼 여겨지는 문화적인 폭력을 분석하고 고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남성은 능력과 성취로 평가되지만, 여성은 외모와 젊음으로 평가됩니다. 여성의 노화는 곧 사회적 소멸로 여겨지는 반면, 남성의 노화는 ‘원숙함’으로 미화됩니다. 여성은 ‘아름다움의 의무’를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꾸며야 합니다. 뷰티 산업과 패션 등이 이를 강화하며, 여성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택은 여성에게 젊음이란 단순한 나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생존 조건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하지요.
손택이 가장 날카롭게 분석한 대목 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도 지적한 ‘노화의 성별 불평등’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노화는 ‘품격이 깊어진다’, ‘원숙하다’, ‘중후하다’와 같은 긍정적 이미지로 포장됩니다. 나이 든 남성은 오히려 권위와 매력을 더 얻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반대로 여성의 노화는 ‘추해진다’, ‘쓸모없어진다’, ‘여성성을 잃는다’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외모와 젊음을 여성 가치의 기준으로 두는 사회적 관습 때문에 여성이 늙어간다는 것은 곧 사회적 소멸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지요.
손택이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5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한국 사회에 너무나 잘 들어맞습니다. 여성 배우들은 20~30대에 집중적으로 캐스팅되나, 반면 남성 배우들은 40~50대에 여전히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직도 여전히 여성의 가치를 나이·외모와 연결하는 구조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요즘 여성의 나이 듦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주목하고 있고 또한 그러한 움직임을 열렬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