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포용 그리고 포말

by 염홍철


나이가 들면서 ‘3포’를 체득해 가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욕심도 내고 끝없는 도전이 최고의 미덕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포기’라는 내려놓음의 지혜가 생기더군요. 포기는 집착이나 욕심을 의식적으로 놓아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을 내려놓는 행위로써의 포기가 아니라, 목표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강력한 자기 절제를 말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공직 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자세히 확인하는 일종의 ‘의심’을 가지는 것이 습관화되어서, 누구를 평가하고 그의 의도를 확인하는 버릇이 자신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물론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완벽한 가식은 불가능하므로 종종 상대를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까지 주는 일도 종종 있었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포용’입니다. 포용이란 함께 감싸는 힘이지요.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가능하면 갈등 대신 수용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포용의 밑바닥에는 “사람을 존중히 여긴다.”는 개념이 밑받침되어 있지요. 상대의 언행이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아도 가능하면 감싸 안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요. 특히 가족이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거의 무조건 품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대부분 가까운 사이에서 생겨나니까요.


마지막으로 ‘포말’입니다. 포말은 물 위에 일어나는 거품을 뜻하지요.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진 사람도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고 영향력이 줄어들면 가까운 사람부터 먼저 떠나가 버립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크게 낙담하지 마세요. 돈의 필요가 절실할 때 오히려 행복하지만, 돈이 크게 필요치 않을 때가 다가옵니다. 그래서 세상은 덧없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은 잠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이고, 철학적·종교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사라짐은 생의 일부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자연의 순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이해한다면 욕심과 이기기 위한 아귀다툼은 없어질 것이지요.


이러한 ‘3포’는 성인의 경지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아닙니다. 보통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기치 않은, 어느 때는 억울하게 시련을 자주 마주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체득됩니다. 우리가 한때 붙잡으려고 애를 썼는데 그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명예, 사랑, 돈, 자존심인가요? 그러나 손에 쥔 것은 결국 물처럼 빠져나갑니다. 포기의 물결 위에서 나를 비우고, 포용의 바닷속에서 타인을 품고, 그러나 역설적으로 포말의 빛 속에서 덧없음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를 비우면 세상을 채울 수 있고, 모든 것을 흩어 보내면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명은 세상 끝날 때까지 이어 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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