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범하고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강원국 작가를 들었지요. 강원국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키워드로 ‘결핍’을 들었습니다. 저도 여러 차례 결핍의 역설적 현상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지요. 그런데 결핍을 강조한 또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75세로 7년 전에 작고한 일본의 여배우 키키 키린(樹木希林)입니다.
키키 키린은 독특하고 개성적인 연기로 ‘일본 영화계의 버팀목’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며, 50년 이상 일본 대중문화에서 매우 상징적인 존재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분이 작고하던 해에 그분이 출연한 작품이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받았을 정도로 국제적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연기나 발언에서 늘 ‘완전함’보다는 ‘남겨진 여운’을 담고 있었습니다. 키키 키린을 강원국 작가와 결부시키는 것은 그분도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기보다는 ‘살아온 존재’로서의 힘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즉, 화려한 스타성보다는 ‘보통의 삶’ 속에 깃든 표정이나 말투에 주목한 일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키키 키린은 강원국 작가처럼 결핍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즉 삶이란 결핍을 쥐고 가는 것이며, 그 결핍을 숨기지 않는 것이 영화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방법이라는 얘기를 종종 했지요. 이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음’이야말로 관객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키키 키린이 남긴 작품들에서도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은, 일상 속 평범한 가족관계를 그리면서 나이나 역할의 틀에 갇히지 않고 ‘역할을 초월한 배우의 존재’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말투나 표정, 분위기에서 ‘완전히 이해되기보다는 남겨지는 여운’을 남긴다는 평을 받았지요.
사실 저는 키키 키린이 등장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늘 키키 키린의 어록을 인용한 것은 그분이 ‘마음을 주고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를 다룬 <키키 키린의 말>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국적과 성별, 그리고 연령대가 전혀 다른 한국과 일본의 지성인을 통해서, 그들이 보여주는 평범하고 상식을 지키는 생활 태도와 ‘결핍’을 강조하는 그분들의 철학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오늘도 ‘평범한 것이 위대하다.’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