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인문학 확산을 위해 설립된 ‘지천명 아카데미’에서는 지난주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강원국 작가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글쓰기> 등 주로 말하기·글쓰기 분야의 저서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날 그분의 강연을 들으면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쉬운 말을 사용하면서 청중들의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평범하고 상식을 지키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라는 것을, 그분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문화·경제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만들어진 변화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책을 내어도 ‘미래 사회의 대전환’ 같은 거대 담론적인 제목이 독자의 관심을 끌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적인 언어, 예컨대 ‘매일 커피 한 잔처럼’이거나 ‘월요일 아침의 생각들’ 같은 것이 더 설득력 있고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인식입니다. 즉, 특출 난 사람의 영웅적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 속 감정이나 경험이 더 신뢰를 얻는 분위기인 것입니다. 이는 출판만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 브랜딩, 미디어 등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경향으로 보입니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지그문트 바우만의 ‘질서 있는 근대’라는 개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현대사회가 예전처럼 고정된 정체성·직업·사회적 틀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유동성 속에서 살아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미래가 누군가가 길을 정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개인이 유연하게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거대 담론으로부터의 위로받거나 대단한 영웅의 서사보다는 오히려 ‘내 오늘’, ‘내 일상’이 더 실감 나고 절실하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전에는 특출 난 사람이 매혹적이었고, 동시에 나와는 다른 세계라는 거리감도 있었지만, 요즘은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더 설득력 있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아주 부합하는 사람이 강원국 작가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적당히 어눌한 사투리를 써가면서 과거 힘들었던 생활을 솔직히 털어놓고, 진짜 공부는 단순히 시험 성적 위주의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함으로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강원국 작가와 헤어진 뒤, 저는 “상식적인 말과 논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셨다.”라는 짧은 글을 보냈습니다. 평범한 것이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