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by 염홍철



얼마 전 친구로부터 어느 스님이 쓴 글을 받았습니다. 그 스님은 현재 78세이신데, 나이 든 사람들의 착각을 경고한 글이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제일 큰 착각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스님은 “절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자신도 “70대 초반하고 70대 중반 하고 지금 큰 차이가 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누구도 그것을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 말은, 나이 자체가 그 사람의 가치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운동과 섭생 그리고 마음가짐에 따라서 나이의 제약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스님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습니다. 저도 평소에 ‘나이는 세월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한다’라는 말을 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이는 육체적 나이보다 정신적인 활력 또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지요.


철학자나 심리학자들도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존주의적 관점에서는 인간은 본질보다 ‘선택과 행동’으로 자신을 규정한다고 합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나이는 본질을 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자신을 갱신하는 시간의 표지”일뿐이라고 하였지요. 긍정심리학자들도 성취감, 관계, 의미를 추구하는 삶은 연령과 무관하게 행복감을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행복과 성장은 “나이의 함수가 아니라 태도의 함수”라고 말하지요. 일상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젊음 중심의 사회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세대 간 장벽을 허물려는 저항의 언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나이를 먹어도 배울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는 평생 성장의 윤리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90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피카소는 90을 넘어서도 그림을 그렸으며,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지요. 굳이 105세인 김형석 교수님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90대에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며칠 전, SNS에 올라온 동영상은 97세의 어르신이 격한 운동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런 분들이 예외적이고 소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절제와 관리, 그리고 노력의 결과, 누구도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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