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대하여

by 염홍철


전국적으로 대형 사고가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부터 나서서 ‘안전불감증’을 경고하고 있지요.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는 안전불감증을 강조하고, 언론에서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잘못된 행정 지도와 개인이나 기업의 잘못된 습관의 지적을 반복하고 있지요. 안전불감증이란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습관을 말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떤 사고든지 발생하기 직전까지는 안전합니다. 화재가 나기 직전의 건물은 안전하고,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은 아무 문제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은 안전불감증이라는 개념이 갖는 한계를 드러내지요. 위험은 대부분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비로소 현실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상성 편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으면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일종의 정신적 절약 장치지요.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잠재적 위험을 모두 의식한다면 일상은 불안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위험을 가능성으로만 받아들이고, 그 가능성은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거의 체감되지 않고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위험은 늘 ‘아직은 아닌’ 상태입니다. 철학자들이 말하듯 인간은 세계를 가능성의 지평으로 살지만, 가능성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한 우리 의식에 파고들지 않습니다. 사고는 일종의 단절적 사건입니다. 그 순간만이 위험을 실체로 만들고, 그 이전 모든 시간은 연속된 안전의 시간처럼 체험됩니다. 따라서 사고 직전까지 안전하다는 말은 단순 관찰을 넘어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 안전’과 ‘실감되는 안전’의 차이입니다. 객관적 안전은 물리적 사실이지만, 실감은 우리의 감정이나 경험이 구성한 주관적 세계입니다. 두 영역이 일치하지 않는 까닭에 우리는 때로 안전을 오해하고 위험을 무시합니다. 안전불감증은 그래서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 인지의 구조적 한계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고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가 반복되지요.


결국 사고 예방의 핵심은 ‘위험을 실감하게 만드는 장치’를 사회적으로 마련하는 일입니다. 사고는 언제나 직전까지 안전합니다. 문제는 그 직전의 시간을 우리는 실재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인간은 위험을 체감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안전은 책임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안전을 강조하고,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전략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전략이란 ‘위험을 체감하게 만드는 시스템적 장치’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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