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정치 위에 있어야 한다.

by 염홍철


연말에 어느 예술 포럼의 송년회에 참석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인사말을 청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간단하게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예술은 정치·경제·과학과 나란히 놓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그 모든 활동이 다른 분야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는 사회를 운영하는 기술이고, 경제는 생존을 조율하는 장치이며, 과학은 세계의 이치를 설명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이 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며 견뎌 낼 것인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질문의 깊이가 다릅니다.


특히 정치가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시한다면, 예술은 그 기준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은 설득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명령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보여주고, 웃고 울리며, 가슴을 흔듭니다. 그러므로 예술은 언제나 권력에 불편한 존재입니다. 정치가 예술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예술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반론이지만, 천박한 정치인 중에서는 예술을 정치, 그중에서도 가장 세속적인 선거에 이용하려는 목적을 가졌고, 또 여기에 줄을 서서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예술인들의 일탈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예술이 정치에 종속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닙니다. 선전이 되고 구호가 되며 장식물이 됩니다. 정치가 예술을 이용하려 들 때 사회는 잠시 단합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인간 감각의 황폐화입니다. 감동이 계산으로 바뀌고, 상징이 지침으로 바뀌는 순간 공동체는 점점 메말라갑니다.


정치가 예술 위에 군림하는 사회는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깊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예술이 살아있는 사회는 갈등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예술은 해결책을 주지는 못하지만 견딜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예술을 이용할 때 생존의 논리가 의미와 가치를 압도합니다. 운영의 기술이 감성의 질서를 지배할 때 사회는 방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예술은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훼손됩니다. 그래서 예술의 자율성은 사치가 아니라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안전장치지요.


정치는 사회를 관리하지만, 예술은 인간을 지킵니다. 따라서 예술인은 그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예술은 정치와 공존은 하지만 지배를 당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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