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의 현대적 해석

by 염홍철


지방선거가 4개월 여로 다가왔습니다. 지방선거는 광역 단체장, 기초 단체장 그리고 광역 의원과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많은 분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기초 단체장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가 많은 것입니다. 대전만 해도 5개 구에 60여 명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는 정치인이라 말할 수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이지만, 하는 업무는 사실상 행정가입니다.


그런데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지방행정을 맡는 사람을 ‘목민관’이라 칭하고, 목민관의 바람직한 자세를 정리하여 <목민심서>라는 책을 내었지요. 여기에는 목민관의 덕목으로 애민, 청렴, 근면, 공정, 절제와 자기 관리, 책임 등 6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정리하면 청렴한 인격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에 대한 연민을 품고, 현장에서는 공정하고 섬세하며 합리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목민관이라는 용어에서 중요한 것은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라 기른다는 의미를 사용한 것입니다. 백성을 관리의 아래에 두는 것이 돌봄의 대상으로 본 관점입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 관리의 역할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을 아는 사람보다, 고통을 먼저 감지하는 사람, 말을 잘하는 관리보다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것이지요. 따라서 목민관은 군림하지 않습니다.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듣고, 때로는 기다립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시민이 겪는 불편과 불안을 자기의 일처럼 끌어안는 태도, 이것이 바로 목민관의 행위이지요.


목민관은 성과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개혁, 혁신, 효율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시민이 원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이 정책이 얼마나 빠르고 개혁적인가가 아니라, 이 결정이 내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목민관의 기준에서 보면 행정의 성패는 성과표가 아니라 내 손을 잡아주는 목민관의 따뜻한 체온입니다. 목민관은 어떻게 다스렸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돌보고 있느냐입니다. 이렇게 목민관이라는 이름은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를 견디려는 행정가 또는 정치가만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 것입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과는 그 역할이 다르고, 중요성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많은 기초 단체장 희망자는 정약용이 말한 목민관의 참뜻을 헤아려 현대에 적용하는 자세를 가지고 움직이라고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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