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은 시. 도민 자부심을 키키우는 제1의 덕ㅁ

by 염홍철


어제는 기초자치단체장은 목민관의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하며, 목민관이 가져야 할 덕목에 관해서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광역자치단체장은 개별 사업의 관리자라기보다 도시의 ‘의미’를 설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도로를 하나 더 놓는 것 또는 공장 하나를 더 유치하는 것보다 이 도시 또는 이 지역에서 사는 것이 왜 자랑스러운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장의 제1의 덕목은 ‘주민의 자부심’을 키우는 능력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자부심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시민이 자기 도시나 마을을 믿고 사랑할 때, 정책은 저항이 아니라 협조가 되고, 변화는 불만이 아니라 참여로 이어집니다. 세금도, 규제도, 장기 투자도 주민의 자부심 위에서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도시와 지역이 발전해서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부심이 있을 때 도시나 지역이 발전합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행정의 관리자 이전에 시민에게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자부심이야말로 모든 정책을 앞으로 밀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전은 정신적, 학문적, 종교적으로 뿌리 깊은 도시입니다. 이미 조선의 정치와 사상을 주도했던, 이른바 ‘호서 사림’의 중심지가 바로 대전이고, 그 당시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학자인 박팽년, 송중길, 송시열 등이 모두 대전 사람들입니다. 현재는 R&D의 허브이며, 세계적 과학도시로서, 원천기술을 통한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웃에 있는 세종시와 더불어 사실상 행정수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종 교육기관 등을 통해 시민들이 대전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전·충남 통합이 논의되고 있고, 과거와는 달리 중앙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여·야가 원칙적인 면에서 공감하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대전에 대한 자부심은 통합 특별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상호 보완 작용을 할 것입니다.


광역단체장의 덕목과 관련하여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광역단체장은 시·도민이 선출한 ‘대표자’이며, 동시에 권력을 가진 주인이 아니라 공공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봉사자’입니다. 문제는 많은 광역단체장이 자신을 ‘대표’로만 인식할 때 생깁니다. 그 순간 대표는 군림자가 되고, 행정은 봉사가 아니라 통치로 변합니다. 반대로 자신을 ‘위임받은 봉사자’로 인식하면, 말투가 낮아지고 정책의 기준이 바뀌며 성과보다 시민의 존엄과 자부심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나는 시·도민 위에 선 대표가 아니라, 시·도민 아래에서 일하는 봉사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목민관의 현대적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