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높은 도시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by 염홍철


어제 광역단체장의 덕목으로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도시나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에 관해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서 그 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까 합니다.


자부심을 강조하는 관점은 정치철학이나 도시발전 이론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주장입니다. 시민의 자부심은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며 정책 성과를 증폭시키는 동력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로버트 퍼트넘에 의한 ‘사회적 자본 이론’이 있습니다. 로버트 퍼트넘은 시민이 자신이 도시를 긍정적으로 인식할수록 공공정책에 대한 협조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행정 효율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자부심은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 정책 비용을 줄이는 자산이 되는 것이지요.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정체성 정치’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체성 정치가 반드시 분열을 낳는 것은 아니고, 지역단위에서는 공동의 자부심이 결속의 기초가 됩니다. ‘나는 이 도시 시민이다.’, ‘우리 도시는 의미 있는 곳이다.’라고 인식할 때, 세금이나 규제에 대한 수용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도시 브랜드 이론도 있지요. 도시는 이제 행정단위가 아니라 브랜드입니다. 브랜드의 핵심은 외부 홍보가 아니라, 내부 시민의 자기 인식이지요. 도시학자들의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시민이 사랑하지 않는 도시는 투자자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도시 규제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환경정책이 저항 없이 정착되며 정책이 시민을 끌고 간 것이 아니라 자부심이 시민을 움직인 것입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쇠락 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하였는데, ‘우리는 몰락한 공업도시가 아니다.’, ‘다시 설 수 있다.’라는 집단적 자존심 회복이 시민 자부심 회복으로 이어져 도시재생을 이룬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인근 세종시는 행정수도 시민이라는 자부심이 있고, 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라고 주장합니다. 이 도시들이 서사를 가질 때 정책 추진력이 강해졌고, 그 서사가 흐릿해지면 정책도 흔들립니다. 앞으로 더 지켜볼 일입니다. 자부심은 성과의 결과가 아니라 성과의 조건이기 때문에 광역단체장에 의해 시민의 자부심을 키운다면, 기업이 찾아오고, 청년이 늘어나며, 시민의 불편이 있다면 자부심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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