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오만

by 염홍철


지금 우리나라 법정에서는 내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차제에 이 모두가 민주주의 수호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너무 자주 오해하고, 그 오해 위에 과도한 기대를 쌓고 있지요. 선거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 믿고, 다수의 선택은 언제나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민주주의 자체를 실패한 제도처럼 비난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분노와 실망은 제도의 한계가 아니라, 우리가 민주주의에 부여한 과도한 도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정치학자인 애덤 셰보르스키 뉴욕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를 이상이 아니라 냉정한 제도로 바라봅니다. 민주주의는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지도, 사회적 불평등을 자동으로 해소하지도 못합니다. 다수결은 진리를 판별하는 장치가 아니며, 선거는 언제든 잘못된 선택을 낳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을 더 선하게 만들지 않고,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지도 못합니다. 이 모든 사실은 민주주의의 결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여전히 가치 있는 이유는 분명하고,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를 약속하지 않지만, 최악의 정치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권력은 영구 소유될 수 없고, 패배한 자는 다음 기회를 보장받으며, 정치적 갈등은 폭력이 아닌 제도 안에서 반복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데 있지 않고, 잘못된 지도자를 교체할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도 범법 하면 파면시킬 수 있는 게 민주주의 제도입니다.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우리나라에서 목도되었지요


문제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도덕적 구원자처럼 대한다는 데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면 분노하고,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배신당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오만은 그것이 인간의 욕망과 이해관계를 초월할 것이라 믿는 태도입니다.


민주주의는 감동적인 체제가 아니라, 버텨내는 체제입니다. 그 초라함을 이유로 실망할 것이 아니라, 그 초라함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우리가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최소한의 난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난간이 아주 튼튼한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과 논의도 민주주의적 제도 안에서 이뤄져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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