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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17. 2024

공고 졸업 최종 학력으로 하버드대 교수가. 되다


  방학이 되어 학생들이 흩어져서 캠퍼스는 텅 비어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캠퍼스의 겨울은 젊음과 낭만이 고조되는 다른 계절의 캠퍼스와 비해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지난 주말, 눈 쌓인 캠퍼스의 숲길을 걸으면서 학생들을 생각했습니다. 제 인생의 반은 공무원이었고 반은 선생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특히 이 계절은 4학년 학생들이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취업난이 심해서 낙담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은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의 건축가를 소개하면서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네요.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건축계의 스타입니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선구자이고 이를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했지요. 안도 다다오는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의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과 유민 미술관이 그의 작품이고 가평, 여주, 원주 그리고 서울의 LG 아트 센터 등 그의 건축물이 상당히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 작품은 많은 이들이 완벽한 기하학의 구사,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 재료의 지속적인 탐구 정신을 그 특징으로 꼽고 있지만 저는 건축가로서의 안도 다다오뿐만 아니라 그가 이룩한 인간 승리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하버드대와 동경대의 교수를 역임했지만 그 자신의 최종 학력은 공고 기계과 졸업이 전부입니다. 본인의 고백에 의하면 그마저도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아 학교에서는 배운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졸업 후에는 잠시 권투 선수가 되었다가 막노동으로 공사 현장을 전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긴 방황에서 자기 길을 발견한 그는 ‘독학과 현장 답사’를 통해 세계 최고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책을 읽는 것과 설계실에 머물지 않고 현장 답사를 통해 오감으로 그 공간을 체험하는 일이었습니다. 82세(1941년생)인 그는 지금도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책을 읽고 있으며 작품의 구상 과정에서 현장 체험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 4년을 수료하는 졸업생들은 최소한도 학력으로는 안도 다다오보다 더 위에 있지요. 또한 개인에 따라서 다르지만 운전기사와 막노동을 했던 그의 환경보다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본보기로 삼아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도전과 용기를 가져줄 것을 당부합니다. 안도 다다오는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자신의 인생과 맞닥뜨리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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