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443일 만에 1심 ‘무기징역’ 선고받은 날입니다. 아직 2심과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일단 법원의 첫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최고 권력자에게 불법 내란에 대한 중형이 선고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개인의 처벌을 넘어 헌정질서에 대한 국가의 최종적 확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권력 인식의 오류로 나라 전체가 엄청난 혼란을 겪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치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 핵심은 선거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점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사람이라도 법을 어기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은 국가가 제도로 움직인다는 신호를 의미합니다. 이 순간 한쪽은 내란으로 단죄했다고 안도하지만 '사형 선고'가 아닌 것에 실망할 것이고, 다른 쪽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분노할 것입니다. 그 대가는 너무나 컸지만, 권력은 국민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은 그나마 역사적 교훈으로 남을 것이며, 공동체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이 저지른 내란은 전통적으로 군사 쿠데타와 연결된 개념인데, 향후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민주주의 절차를 왜곡·무력화하려는 행위까지 헌정질서 파괴’로 엄격한 해석을 한 것으로, 내란의 개념을 현대 민주주의 맥락에서 재정의한 판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권력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엄정히 확정된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자신을 교정할 수 있다는 증거로, 국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을 접하면서 송수권 시인의 <새해 아침>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송수권 시인은 “새해 아침은 촛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 /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라고 썼습니다. 송수권 시인의 소망처럼 일 년 여 동안 덮쳤던 참담함이 점점 벗겨져 아픈 추억들이 지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미국의 어느 유명한 정치인은 미국도 ‘역경에 처했다.’라고 진단하면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박한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 서로 마음을 조금씩 더 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한다면 너무 성급한가요? 아마 치유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이 시간을 지나, 조금 더 단단해진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