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지 않다고 믿었고, 반면 홉스는 인간은 저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싸우는 자연 상태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런 논쟁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에서 어느 주장이 타당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런너스 하이(Runner's High)’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두 개념은 장거리 달리기를 마친 뒤 찾아오는 황홀감과 누군가를 도와준 뒤 느끼는 따뜻한 충만감을 말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운동 후에는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타인을 도울 때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활성화됩니다. 인간의 뇌는 이타적 행동에 보상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고, 우리는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여기서 달라이 라마가 말한 ‘지혜로운 이기심’이 떠오릅니다. 그는 남을 돕는 것이 결국 자신을 가장 깊이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도덕적 수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구조에 대한 통찰입니다. 진화생물학에서도 협력은 생존 전략으로 설명되지요. 상호적 이타주의는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장치가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타성과 이기성은 대립 관계가 아닙니다. 남을 해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남을 도우면 평온해집니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타’는 자기부정이 아니라 자기 확장입니다. 우리 사회가 경쟁과 성과만을 강조할수록 ‘헬퍼스 하이’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정치에서는 ‘이타’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이해관계, 전략, 계산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과학은 타인을 돕는 행위는 뇌의 보상 체계를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개인의 안정과 건강까지 높인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겪는 위기의 핵심은 어쩌면 ‘단기적 이기심’의 과잉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타적 행동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가져오며 진정한 리더십은 자기 이익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결국 정치에서도 가장 현명한 전략은 이타적 전략일 것이고, 일상에서도 타인을 돕거나 기부하고 나면 따뜻함과 평온함 그리고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지혜로운 이기심’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