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by 염홍철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는 말은 오래된 통념입니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의 ‘양’에서 성별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여성은 감정을 드러내도록 사회화되었고, 남성은 억제하도록 길들어 있습니다. “남자가 왜 울어?”, “남자는 약해 보이면 안 돼.”라는 말은 많은 남성의 내면을 단단히 묶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남성은 감정을 내면화하고, 우울이나 불안을 행동이나 과잉활동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우울증 진단율은 낮지만, 자살률은 여성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는 감정 억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차이는 은퇴 이후에 더욱 분명해집니다. 남성들 가운데는 직장을 떠난 뒤에도 작은 사무실을 얻어 출퇴근하듯 나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신문을 읽고, 예전 동료를 만나며, 과거의 시간을 연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역할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남성은 오랫동안 ‘일하는 존재’로 자신을 규정해 왔습니다. 직업은 생계 수단을 넘어 자존감과 사회적 인정의 근거였습니다.


반면, 많은 여성은 가족과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왔지요. 그래서 은퇴가 곧 존재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를 새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일로 대체해 왔던 관계 욕구가 비로소 표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감성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남성 역시 깊은 감성을 지닌 존재이지요.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를 늦게 배웠을 뿐입니다. 울음을 삼키고, 불안을 숨기고, 외로움을 일로 덮어왔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평생을 달려오다 보니, 막상 일이 사라지면 자신을 설명해 줄 언어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남녀의 우열을 가르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이나 서로 다른 시간의 궤적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다름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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