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더의 몰락과 회복, 삼손이 남긴 교훈

by 염홍철



어제 아침, KBS FM 음악 방송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삼손>을 들었습니다. 삼손은 블레셋의 신전에서 마지막 힘을 쓰며 생을 마쳤는데, 그 장면은 장엄한 합창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비극이지만, 동시에 숭고한 순간처럼 들렸습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눈이 보인다는 것을 권력과 결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다는 것은 단지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에 직면한 모든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은 대게 두 가지를 보게 됩니다. 하나는 판결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자들의 표정입니다. 삼손은 눈이 뽑힌 뒤에도 자신이 강하다고 믿었을까? 아니면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달았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은 헨델의 <삼손>에서처럼 장엄하지 않습니다. 몰락한 지도자는 여전히 자신이 옳았다고 말하고 지지자들은 여전히 ‘억울하다’라고 외칩니다. 권력이 무너졌는데도, 책임은 사라져 버리고, 감정만 남습니다. 삼손은 적들과 함께 무너졌습니다. 오늘의 권력은 누구와 함께 무너지는가요? 국가인가, 제도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신뢰인가요?


권력이 있을 때는 박수 속에 둘러싸입니다. 그러나 몰락의 순간이 오면, 그 사람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은 책임을 부정합니다. 어떤 사람은 분노로 맞섭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침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지요. 삼손의 마지막 기도는 권력의 회복이 아니라 사명의 회복이었습니다. 그는 개인적 명예를 되찾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며 돌아보기 위해 마지막 힘을 썼습니다.


이렇게 진짜 비극은 몰락이 아닙니다. 몰락 후에도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지도자의 마지막 힘은 건물을 무너뜨리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데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영웅의 장엄함보다 책임의 겸허함을 더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의 삼손 이야기도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권력과 책임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치적 비유입니다. <삼손>에서의 아리아들은 깊은 자기 성찰과 절망을 표현합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삼손>의 이야기를 깊이 음미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눈이 멀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눈먼 이후에라도 다시 보려는 용기가 있는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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