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by 염홍철


오래전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의 책, <신의 위대한 질문,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신의 뜻을 분명하게 알려줄 것 같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질문이 더 커졌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질문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신에 대한 가장 깊은 질문은 언제나 분명한 답보다 더 큰 사유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철학의 전통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답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고대의 예언자들은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정의를 행하고, 서로 사랑하며, 겸손하게 살아라.” 의식을 멋지게 치르는 것보다 타인에게 공정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종교학자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은 신은 인간이 서로를 해치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이지요.


철학자들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신앙을 명령의 복종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자유이며, 그 자유를 통해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신앙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종교학자들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한 문장으로 모인다는 점입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기독교에서는 사랑이라 하고, 불교와 이슬람에서는 자비라고 부릅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뜻은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래서일까요.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 정의롭게 살고, 더 따뜻하게 사람을 대하며, 주어진 자유를 책임 있게 사용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은 인간이 신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답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종종 신의 뜻을 찾으려 먼 곳을 바라보지만, 어쩌면 그 뜻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조용히 놓여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을 자주 들먹이는 사람일수록 실제 행동에서는 따뜻함과 사랑이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것을 신이 원하는 것으로 변명하지요.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조금 더 공정하고, 조금 더 따뜻해지는 것이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이며 이는 어쩌면 바로 이 작은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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