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는 삶

by 염홍철


오마이뉴스 창립자인 오연호 사장은 행복을 ‘기분 좋은 상태’가 아니라, ‘사회가 개인에게 허락하는 삶의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6가지 가치(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는 개인 윤리라기보다, 행복한 삶이 가능해지는 토대에 가깝습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저서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그가 말하는 행복한 삶의 철학을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행복은 ‘혼자 잘 사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오연호 사장에게 행복은 개인의 성취나 감정 관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존엄을 훼손당하지 않는 구조’가 먼저 마련되어야 개인의 행복이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행복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두 번째로, 사랑은 용기가 아니라 제도 위에서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쓴 책 제목도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인데,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단절되는 이유는 악의보다 ‘불안과 경쟁’에 더 가깝다고 그는 본 것입니다. 내일이 불안하면 타인을 신뢰할 수 없고, 경쟁이 과도하면 연대는 사치가 되며, 실패가 곧 추락이면 사랑은 위험해진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안정, 평등,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는 ‘사랑하라’는 말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것이지요.


세 번째, 행복한 개인은 ‘시민으로서의 존엄’을 가질 때 가능합니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삶은 소비의 풍요가 아니라, ‘시민적 존엄’에서 나옵니다.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으며, 나와 다른 사람과도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비로소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느끼게 하는 사회’ 일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만족이 아니라 ‘존재의 승인’에 가깝습니다.


네 번째, 이웃과 환경은 ‘도덕 항목’이 아니라 행복의 인프라입니다. 그는 이웃과 환경을 미담이나 윤리 과목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웃이 사라진 사회는 고립된 개인을 만들고, 환경이 파괴된 사회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합니다. 따라서 행복은 지금의 기쁨뿐만 아니라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환경과 공동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삶이란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입니다. 오연호 사장의 책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철학은, 행복한 삶이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혐오를 개인의 결함으로 돌리지 않고, 불행한 사회가 만들어낸 감정이며, 사회가 바뀌면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연유되는 주장들입니다.


그의 행복한 삶의 철학을 접하면서 우리 개인은 조금 덜 불안해지고, 조금 더 믿게 되고, 마침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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