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동의 사이에서

by 염홍철


우리의 언어습관과 사고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단어 중 ‘존중’과 ‘동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존중을 곧 동의로 이해하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동의는 판단의 문제이고, 존중은 태도의 문제입니다. 동의는 생각이 같다는 뜻이지만, 존중은 생각은 다르더라도 상대의 존재와 발언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의 없이 존중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되지요.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이 원리를 잊거나 오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는 점점 더 ‘동의의 공동체’로 변하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같으면 환영하고, 다르면 상대를 배제하면서 비난합니다. 정치적 진영, 이념, 세대 갈등까지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경향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토론’이 아니라 ‘선 긋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상대를 틀린 존재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것이 더 쉬운 전략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존중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적대뿐입니다. 결국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되고 합리적 대화의 기반은 무너집니다. 타협은 설 자리를 잃게 되지요. 종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름’에 동의는 하지 않는다 해도 존중하는 태도는 가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의견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체제가 아니지요. 오히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가 ‘다양성’과 ‘비판’을 인정하는 것을 장점으로 지적하지요. 다양성은 구성원 간 다름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고, 비판은 다름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되지요. 삶은 원래 다양한 목소리로 이루어졌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갈등은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도 사라지게 되겠지요.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입니다.


따라서 동의는 하지 않지만, 존중한다는 말은 회피가 아니라 성숙한 태도입니다.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자기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이며, 동시에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윤리가 되겠지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동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것인가’ 인지도 모릅니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지키고 동시에 나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화두는 설령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존중은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기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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