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긍정하면 사기를 당하기 쉽다.

by 염홍철



요즘 사회를 보면 이상한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라고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계발서부터 기업 문화, SNS까지 모두가 같은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괜찮다고 말하고, 할 수 있다고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I can do it’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겉으로 보면 건강한 사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이렇게까지 긍정을 강조하는가.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경쟁은 심화하며, 실패의 비용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그 책임을 개인의 태도로 전환합니다. “긍정하지 않아서 힘든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심리 문제로 축소됩니다.


이 지점에서 낙관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그것을 견디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를 바꾸는 대신,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위험’이 있는지를 감지하면서도 가능성이 아주 낮은 ‘안전’을 믿고 싶은 것이지요.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대체로 이러한 유형입니다.


물론 낙관은 필요합니다. 인간은 희망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낙관이 현실 인식을 대신할 때, 그것은 더 큰 위험이 됩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회는 결국 개인을 더 깊은 무력감이나 낭패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비관을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 역시 문제입니다. 비관은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며, 때로는 사회의 균열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감각입니다. 실제로 중요한 변화는 낙관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는 불편한 시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보는 시민’입니다. 무엇이 개인의 문제이고 무엇이 구조의 문제인지 구분할 힘,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려는 집단적 의지입니다.


긍정은 개인을 버티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사회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긍정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긍정이 부족한 사회인가, 아니면 현실을 직면하는 용기가 부족한 사회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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