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삶은 넓어지는 게 아니라 깊어진다.

by 염홍철



나이가 들수록 이상한 변화가 하나 생깁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이 점점 힘을 잃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망,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까지 절실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한때는 그것이 삶의 중심이었는데, 돌아보면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종종 “세상은 별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에는 체념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통찰입니다. 삶을 살아보니 결국 남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고, 경쟁이 아니라 관계였으며, 성취가 아니라 순간의 충실함이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생각과 동시에 전혀 다른 감정이 함께 따라오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에 대한 감각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지금이라는 시간이 갑자기 더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이전에는 흘려보냈던 하루가 이제는 다시 오지 않는 시간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시간 지평의 축소’인가요?


그래서 생각이 바뀝니다. 더 많이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을 더 잘 쓰고 싶어지고, 더 크게 성공하기보다 더 진실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 남에게 보이는 삶보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 집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늦게서야 서서히 알게 되지요. 삶은 길어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래서 ‘별거 아니다’라는 깨달음은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진지하게 만듭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은 두려움이 아니라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을 허투루 쓰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짜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몇 가지 다짐합니다.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미루던 일을 시작하고, 사랑과 진심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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