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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15. 2024

뼈아픈 후회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를 읽어봅니다. “…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부정;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어느 날부터인지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바쁘게 살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특별히 기억할 일이 없이 무심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게 되지요. 또 어느 날부터는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세월의 흐름을 속수무책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서도 조금은 쓸쓸해지면서 ‘뼈아픈 후회’를 하지요.


  처음 걷는 길은 언제나 멀게 느껴지고,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접한 낯선 풍경과 이국 문화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게 오래 지속되곤 합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은 다분히 기억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심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좀 더디게 하는 방법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자신을 안일한 삶 속에 가두지 않는 것뿐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보다 다채로운 기억을 간직하고, ‘뼈아픈 후회’를 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서 시간을 느리게 보내는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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