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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Jul 31. 2019

‘10억 만들기’의 빛과 그림자

‘10억 만들기’라는 키워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마법의 용어다. 내 블로그에 검색 키워드로 들어오시는 분들 가운데 ‘10억 만들기’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는 것을 보면 10억 만들기 노하우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내가 무려 16년 전에 썼던 10억만들기 열풍 관련 기사인데 놀랍게도 아직도 읽히고 있다. 


2030 직장인, '10억 만들기' 열풍  -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03.08.12


10억 만들기라는 용어는 왜 재테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을까? 어느 금융사에서 부자의 기준이 얼마냐는 조사 결과도 있었고, 유명한 재테크 카페 이름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만들기’도 이 용어가 거의 고유명사화 되는 데 기여한 듯하다. 지금도 자산이 10억 원인 사람이라면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으니 분명 의미 있는 규모인 것은 맞다. 


그런데 내가 볼 때 10억 만들기와 관련해 아무런 의미 없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한 달에 얼마씩 모아야 10억을 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계산은 사람들 마음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게 내 생각이다. ‘10억 원을 만들려면 10원 한 장 안쓰고도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나 같이 쥐꼬리 월급을 받는 사람이 무슨 재테크냐’하고 지레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10억 만들기’라는 말을 접하는 순간 자기 자신이 초라해 보이면서 재테크 의욕도 꺾이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전혀 의미가 없다. 나부터도 지금의 자산을 저축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처음 1억 원 정도까지는 저축의 힘이 크지만 그 이후부터는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면서 자산이 서서히 덩치를 불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직이나 승진으로 연봉이 껑충 뛰는 순간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저축 규모는 우리의 사회 경력이 늘어나는 것과 발맞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일단 눈을 뭉쳐서 작은 눈덩어리를 만드는 초기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 작은 눈덩이, 즉 종자돈을 만들어야 이것을 굴려서 큰 눈덩이로 키울 수 있다. 투자만으로 세계 3위 부자에 오른 워런 버핏의 전기 제목이 괜히 『스노볼(Snowball)』로 정해진 게 아니다. 


조그만 눈덩이를 뭉쳐 굴리다보면 서서히 커다란 눈덩이가 된다. ⓒpixabay


우리가 재테크의 길로 들어설 때는 ‘10억 만들기’라는 엄청난 규모에 미리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종자돈을 만들 때는 대나무가 성장하면서 마디를 하나씩 형성하듯이 100만 원, 1,000만 원, 1억 원 등 저축의 마디를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된다. 중간에 작은 목표지점을 두고 달성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종자돈 덩치가 커지게 된다. 


꿈은 크게 꾸는 게 좋다고 하지만 재테크를 할 때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10억, 100억을 모으겠다, 이렇게 시작하면 무리를 하게 되어 사고가 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려면 엄청나게 큰 리스크를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큰물에서 노는 사업가들이 아니다. 사업가들이야 큰 꿈을 이루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작은 월급을 아껴 모아 굴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에게는 잃지 않는 재테크가 중요하다. 우리는 잃을 때 적게 잃어야 한다. ‘인생 한방’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멀리 해야 할 용어다. 


다시 저축의 마디 얘기로 돌아오면, 사람 마음이란 묘한 것이라서 99만 원에서 몇 만 원 꺼내 쓰기는 쉽지만 100만 원을 허물 때는 약간 망설여진다. 돈을 모을 때도 목표금액을 ‘83만 원’이나 ‘78만 원’을 목표로 하는 저축은 왠지 어색하다. 100만 원, 500만 원, 1,000만 원 등 딱 떨어지는 금액을 만들어야 마음에 빗장을 채우는 효과가 있다. 이때 처음부터 1억 원을 목표로 하지는 말고, 100만 원, 500만 원, 1,000만 원 등을 순차적으로 목표로 삼으면 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1,0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해보면 된다. 일단 목표를 달성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이후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울러 1억 원 달성에 성공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정말 큰 격차로 벌어질 수 있다. 1,000만 원을 달성한 후 1억 원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해내고 나면 1,000만 원이나 5,000만 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1억 원은 안정된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최소 출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택, 상가 등 부동산은 적어도 1억 원 정도 마련된 이후에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10억 만들기는 월급을 모아서 이루는 게 아니다. 몇 천만 원이라도 종자돈을 모아 굴려나가면서 1억 원, 2억 원 하는 식으로 차츰 불려나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쥐꼬리만한 내 월급으로 재테크는 턱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탕진잼에 빠지지 말자.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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