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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Jul 29. 2019

하루살이와 한달살이

하루밖에 못산다는 곤충을 하루살이라고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도 자조적으로 하루살이라고 부르는 일이 있다. 매일매일 취재기사 아이템을 보고해야 했던 일간지 기자 시절에 선배, 동료들과 “에고, 이놈의 하루살이 인생”이라며 실제로 한탄했던 적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한 달 벌어 한 달을 간신히 사는 사람들은? 월급 받으면 이것저것 나갈 데가 많아 다 써버리고 저축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될 텐데, 기간이 월 단위이긴 하지만 이 또한 하루살이와 뭐가 다른가? 회사 탈출의 전제조건은 월급이라는 마약을 끊고 금단현상을 이겨내거나 금단현상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달살이’ 신세로는 절대로 회사를 탈출할 수 없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카드값과 월세, 대출 상환 때문에 또다시 출근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달살이 패턴을 깨뜨리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을 만큼 촘촘한 카드값, 월세, 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구조를 바꿔야 조금씩이라도 저축하고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도록 프로그램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약간의 저축이라도 하려면 소비를 먼저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신용카드 의존도를 낮추고 체크카드 중심으로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신용카드 생활을 청산하고 체크카드로 생활 패턴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내가 이십대 후반시절에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 중심으로 생활패턴을 바꾸는 과정에서 한 3개월 정도 생활비에 허덕이는 과정을 견딘 끝에 비로소 성공한 바 있어 하는 말이다. 지난달에 쓴 신용카드 대금을 내고서 더 이상 카드를 긁지 않는다면 얼마 남지 않은 자금을 박박 긁어야 그 달 생활비를 간신히 틀어막을 수 있었다. 그나마도 몇 개월 할부로 샀던 물건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가 완전히 끝나려면 그로부터 두어 달을 더 견뎌내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신용카드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첫 한 달은 신용카드 금단증상으로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지만 결국 신용카드로부터 해방이 된 후 나는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얼마 안되는 월급,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 ⓒpixabay

신용카드와의 결별 과정은 마치 다이어트가 이뤄지는 패턴과도 닮은 점이 많다. 운동하고 덜 먹는 습관을 익혀야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지만 다이어트 초반에는 이 낯선 과정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자”를 영원히 외치게 되는 바로 그 과정 말이다. 


월급에 의존하는 한달살이 패턴을 깨뜨리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달살이 패턴을 벗어나야 우리는 언젠가 회사를 탈출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생활 스트레스와 한달살이 스트레스 중에 어느 쪽이 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둘 중에 회사 생활 스트레스가 당신을 더 괴롭힌다면 그 절실함이 한달살이 패턴을 깨뜨리는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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