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Jul 26. 2019

돈 무식자 양성하는 사회

우리는 사회에 나오기 전에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이상하게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돈 다루는 법은 전혀 교육받지 못한다. 학교라는 곳의 설립 목적이 근대 이후 규격화된 근로자 양성에 있었다는 원론적인 배경을 떠올려보면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기업에 필요한 노동자 양성이 목적이라면 근로자 개개인의 경제생활력 향상을 돕는 내용을 교과 과정에 굳이 집어넣을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 사회에 나와 취업해서 월급을 받아도 자신을 위해 잉여자금을 만들고 굴린다는 개념을 탑재한 사람은 희귀종이 되고 말았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란 기업가가 노동자에게 딱 먹고 살만큼의 돈을 급여로 주고 그 돈은 소비 과정에서 다시 기업가 호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노동자 대부분은 기계부품처럼 살아가면서 불빛에 홀려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소비의 늪에 빠져 아까운 급여를 홀랑 써버리고 만다. 


게다가 우리는 우아하게 철학과 문학을 논하는 고고한 선비가 대접받는 유교 영향력이 남아있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살다 보니 돈에 관심 두는 행동은 격 떨어지는 짓이라고 무의식에 각인되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성장해온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돈을 다룰 기회를 별로 주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용돈을 따로 주시지 않고 부모님이 사다주시는 것을 그냥 쓰게 하셨다. 명절에 친척 어른들께서 주신 세뱃돈도 대부분 부모님들이 ‘관리’해주신다며 가져가는 경우가 꽤 많았을 것이다. 


이런 성향은 나중에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월급을 받은 다음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바로 엄마가 월급을 관리해주시는 경우다. 내가 받아온 월급에서 엄마가 용돈을 내주시고 이를 뺀 나머지를 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해서 굴려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해도 도저히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없다. 대개 부모님이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경우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 월급으로 생활하더라도 월급 관리를 스스로 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서 부모님 손을 빌리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엄마한테 돈관리를 맡겨두면 편하지만, 우리의 경제적 독립은 멀어진다 ⓒpixabay


운전할 때는 운전학원 다니고, 피아노 배울 때는 피아노 학원 다니면서 왜 고생해서 번 월급을 모은 소중한 돈을 투자할 때는 독학을 하든 배워서 하든 열심히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주위 사람 얘기만 듣고 잘 모르는 주식을 사거나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경제적 독립은 경제적으로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간다는 의미지만,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엄마에게 월급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을 익히는 것도 경제적 독립의 시작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경우 적지 않은 월급 통제권을 갖게 된 기쁨에 정신없이 써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으면 스스로 돈을 잘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먼저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탈출 자금을 만드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