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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Apr 05. 2022

기후변화,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② 탄소 중립

   절기로는 봄이 진작 왔지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여전히 겨울 옷을 걸치고 있다. 우리나라 날씨의 특성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이지만 계절의 수명으로 보면 겨울에서 봄을 거쳐 여름으로 넘어가는 간절기(間節氣)가 짧아져 봄의 존재감이 훨씬 떨어지고 말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가을 역시 기간이 짧아졌다. 개화의 순서도 예전 같지 않다. 본래 개화 순서는 개나리, 진달래, 왕벚나무, 배꽃, 아까시나무 순인데 요즘엔 이들이 거의 동시에 핀다. 봄의 전령사인 이 꽃들도 기후변화로 생체리듬이 깨져 자신이 무대에 등장할 타이밍에 혼란이 생긴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2022년 발효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변화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온실가스의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 기간 관찰되어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기후 변화에서 한 단계 악화되면 기후위기로 이어진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만 놓고 볼 때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의 경계에 놓여 있다.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기후변화가 기후위기 단계로 이행될 시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모양이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이행하기 것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을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제로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해야만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 아래로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목표치는 2018년 10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승인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제시되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여야 한다. IPCC 특별보고서는 40개국 91명의 과학자가 작성하였으며,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회원국(195개국) 만장일치로 승인된 보고서다.


   인류는 지구 온도를 식히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4퍼센트 증가했다. 온실 기체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양의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대기에 갇힌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빅 히스토리 2018, 350-351). 1992년에는 국제조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하고, 2015년에 기후협약 내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신기후체제를 출범시켰다. 파리협정은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나아가 1.5℃까지 억제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에게 2050년까지의 전략인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2020년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 1.5℃~2℃를 기후 저지선이라고 부른다.


   만약 기후 저지선이 무너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1℃ 이상 진행된 지구온난화에 의해 폭염, 폭설,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더 빈번하게 더 높은 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태평양의 여러 도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에 의해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만약 1.5℃ 상승에 달하면 해발고도가 2~3 미터에 불과한 키리바시, 투발루, 피지 등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은 수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생태계와 인간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시베리아에서도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산불이 발생하였다고하니 유구무언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온난화는 10년 당 0.2℃의 온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1.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여 년간 지구 평균 온도(1℃) 보다 높은 1.8℃ 상승하였으며, 특히 최근 30년간 사이에 1.4℃ 상승하는 등 지구온난화 경향이 근래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악화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2020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 5월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2022년 3월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발효됐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2021년 10월 우리나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작성하였다. 2020년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뒤에 나온 후속 대응책이다. 대응책에는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수축산, 수소, 폐기물, 탈루, 흡수원,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CCUS), 직접 공기 포집 등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방안이 포함했다. 조만간 개인, 가정, 직장, 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강령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될까? IPCC 분석에 따르면 국가별 탄소 누적 배출량을 인구수에 비례해 계산할 때 우리나라에 남은 탄소배출량은 2 GtCO2 가량이라고 한다. 국내 연간 탄소배출량이 0.6~0.7 GtCO2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작 3년 치가 남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물론 우리나라의 누적 총량은 1% 정도로 세계 20위권이고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31.7%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이윤주 2021).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적 용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인류세란 과거에는 자연적인 지질과 기후 변화가 생물권의 변화를 초래했다면, 오늘날에는 인류라는 인간 종의 활동으로 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빅 히스토리 2018). 한마디로 인류가 지구를 망친 주범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상황을 사전에 진단, 파악하고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국가별, 권역별, 경제 수준별로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예컨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경제 제재를 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 금지를 위협하는 등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위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해도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가 대결과 충돌으로 치닫게 되면 '탄소중립'이란 범지구적 목표는 그야말로 허황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냈고 환경보호론자로 변신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임기 1993~2001)는 "기후변화야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직면한 과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세계 지도자들이 위기에 빠진 지구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으로 한 발씩 양보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이라는 대의를 실천하기 어렵다. 탄소중립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탄소중립을 해도 어떤 지구적인 문제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지구는 인간의 어머니이다. 어머니 지구가 중병으로 쓰러졌는데 치료를 하지 않은 불효 막심한 인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이야말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할 때이다.


다이아몬드, 재레드. (2019). 《대변동》. 강주헌 옮김. 김영사.

빅 히스토리 연구소. (2018).《빅 스토리》. 윤신영ㆍ이영혜ㆍ우아영ㆍ 최지원 옮김. 사이언스 북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정부 관계부처 합동(2021). 202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이윤주. (2021).《한국일보》.〈"한국의 탄소배출량, 고작 3년치 남았다" IPCC 보고서의 경고〉. 8월 10일. 

임병선. (2021). 《뉴스펭귄》. 〈미국과 중국이 내뿜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 중 31.7%〉. 10월 6일. 

최우리ㆍ이근영ㆍ김민제. (2022). 《한겨레》.〈지구 ‘1.5도 상승’ 지키려면…2030년 탄소배출 43% 감축해야〉. 4월 4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https://www.2050cnc.go.kr/base/main/view

https://www.gihoo.or.kr/netzero/intro/intro01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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