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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Jul 19. 2022

글을 '잘' 쓴다는 것

읽고 생각하는 힘의 결정체

웬만큼 배운 사람이라면 글을 쓸 수 있다. 문제는 글을 쓰되 '잘' 쓰는 것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  프랑스 수필가 몽테뉴의 말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잘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하면서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재를 부각했다. 생각하는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라고 해서 누구든지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해야 생각을 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잘 생각한다는 행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을 잘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칼이고 '마음'이 칼집이라면 칼집에서 칼을 잘 뽑는 이치다. 또 사람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은 '마중물'에 비유할 수도 있다. 상수도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던 시절 집집마다 작두 모양의 수동펌프를 설치하여 지하수를 끌어올렸다. 펌프질을 열심히 한다고 하여 물을 끌어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중물을 한 바가지쯤 부어야 펌프가 작동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학 전공자인 저자도 이 대목에서 한 마디 짚고 넘어가야겠다. 마중물에서 번뜩이는 영감이 떠올랐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람이 교사라는 생각이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education의 유래 역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교사는 학습자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밖으로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도우미요 코치요 퍼실테이터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교사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교사는 구태의연하게 단순히 교과서의 지식을 가르치는 지식 전수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가능성과 위대성의 정체를 알아보고 그것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사람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마중물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적으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서만큼 간접 경험을 하는데 최상의 방법은 없을 것이다. 독서라는 마중물을 우리의 생각이라는 펌프에 부었을 때 사고 작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책을 잘 읽는 사람이고 책을 읽으면 생각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강원국의《대통령의 글쓰기》에 잘 소개되어 있다. 강원국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독서 습관을 본보기로 들면서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 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한다(강원국, 2016: 46-50). 두 대통령은 애독가로 유명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독서를 독서로 그치지 않고 정책 개발이나 국정 아이디어를 심화시키는 데 원천으로 삼았다고 한다.  


저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브런치에 200개의 글을 올렸다. 한 주 평균 두서너 개의 글을 업로드한다. 글의 수준과 완성도와는 별개로 저자의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쓰고 업로드한다는 것 또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글은 잘 쓴 글도 있고, 어떤 글은 충분히 탈고를 하지 못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도 있다. 부족한 글에 대한 질책을 받을 낯 두꺼운 용기가 없다면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기초로 수정에 수정을 반복한 끝에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다. 만약 브런치가 없었다면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저자에게 브런치는 브런치가 추구하는 모토이기도 한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 되었다.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사투(死鬪)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게 노력한다. 한 편의 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산모가 겪는 해산의 고통에 비유하면 지나칠까 싶다. 글을 쓰는 전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저자에게도 글을 잘 쓰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 있다. 


첫째,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한다. 주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책을 읽는 편이지만, 경영이나 과학, 예술 분야로 확장시키고 있다.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읽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관련 분야의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독서를 하는 것은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시야가 넓혀진다는 느낌을 가질 때의 희열은 각별하다. 신간을 구입하는 방식은 매주 토요일 언론에 소개되는 서평을 읽으면서 관심이 있었거나 새로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의 책을 구입한다. 신문사의 서평은 담당 기자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에 대해 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서평을 읽은 다음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당 도서의 목차를 보면 도서의 내용과 저자의 관심 분야와의 일치도를 판단할 수 있다. 도서가 두껍거나 내용이 난해하여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은 경우에는 관심 있는 목차의 내용을 먼저 읽고 나중에 다른 목차를 읽을 수도 있지만, 아예 읽지 못하고 서가에 꽂아 놓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독서에는 일간지와 주간 또는 월간 잡지도 포함한다. 일간지는 서너 가지를 보면서 국내외 뉴스를 두루 접한다. 저자는 국제 관계 뉴스는 꼭 챙겨보는데 초연결 시대에 우리나라 뉴스는 곧바로 국제 정세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국제감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면의 경우에는 거의 건너뛰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 정독을 할 필요가 없는 내용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대신 다양한 분야의 칼럼은 꼭 읽는데 해당 전문가들이 시대 변화상의 핵심을 짚어주고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 


둘째, 메모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제한적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기억력은 떨어진다. 글쓴이에게 메모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메모를 하고 싶어도 떠오르는 생각이 없으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느끼고 있지만 메모는 메모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메모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가장 왕성하게 사고 작용이 일어나는 때는 달리기와 걷기를 할 때이다. 간혹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메모를 위해 중간에 달리기를 멈추고 싶지는 않다. 달리기에서 오는 쾌감을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메모를 포기할 것이다. 걷을 때도 사고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걸을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스마트폰 메모지에 기록하거나 겉옷에 준비된 메모지에 키워드를 적어 연구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에 기록하거나 작성하고 있던 글에 연결 짓는다. 몸의 움직임과 생각의 흐름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걷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중요한 생각의 원동력이다. 헨리 소로우(1817~1862)는 걷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오마라, 2022: 192 재인용). "다리가 움직이는 순간, 내 생각은 마치 폐쇄되어 있던 물줄기 끝의 수문을 개방한 것과 같이 흐르기 시작하고, 물줄기 상류에서는 분수와 같이 새로운 물이 더 흘러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각이 물줄기의 원천에서 수천 개의 실개천이 되어 넘쳐흐르고, 나의 뇌를 비옥하게 만든다. (중략) 움직이고 있을 때만이 순환이 완벽해진다. 습관적으로 앉아 있기만 한 상태에서 쓴 글은 기계적이고, 딱딱하고 지루하다. 소로우는 사람이 움직임으로 생각 작용을 왕성하게 한 다음에 쓴 글이야말로 '잘' 쓴 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로우의 '걷는다'는 의미를 조직에 적용하면 이런 비유가 성립할 수 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보고서를 쓰는데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작성하는 보고서와 직접 발품을 팔아 작업 현장을 찾아보고 느끼고 확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많은 차이가 될 것이다. 여하튼 걷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글을 쓰는 등의 창의적인 활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주제 또는 주제어가 생각나면 초고는 거칠게 두서없이 쓴다. 우선은 한 문장 한 단락이라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시작해놓으면 언젠가는 한 편의 글로 완성된다. 저자는 독서를 하거나 길을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 천둥이나 번개처럼 번뜩 떠오르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감은 곧 주제 또는 주제어가 된다. 주제어만 잘 잡는다면 전체 글의 반은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 일물일어(一物一語)의 법칙이 있다.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가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라고 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문맥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구사해야 한다(임재춘, 2002: 112-113). 문맥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원본을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문맥에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게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노인과 바다》를 탈고하면서 이백 번이 넘는 수정 작업을 거듭했다고 한다(염철현, 2021). 모방송에서 어떤 강사가 글을 쓸 때 처음에는 '쓰레기처럼 써라'라고 하지만, 글 쓰는 것을 어렵게 생각 말고 생각나는 대로 연필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브런치 '작가의 서랍 가기' 코너에 거칠고 조잡한 초고를 올려놓고 학교에서 고치고 집에 와서 고치고 이동 중에는 모바일로 고치기를 반복한다. 브런치 이전에는 저장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 놓고 다시 꺼내 수정하거나, 카톡으로 전송하여 꺼내 저장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원본과 수정본이 섞이는 경우도 경험했다. 어느 특정 회사의 브랜드를 홍보하려는 마음은 아니지만 브런치는 우리나라 글 쓰는 사람들에게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언제 어디서든지 쓰고 고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째, 잘 생각하고 잘 쓰기 위해서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경험만큼 확실한 글쓰기 소재는 없다.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관련 분야에 대한 독서를 지속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방법을 강조했다. 첫째, 아는 것만 쓰라. 누구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 헤밍웨이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지 않은 것을 쓰면 곧 바닥이 드러난다고 믿었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둘째, 명확하게 쓰라. 글쓴이가 명확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독자가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글쓴이의 탓으로 돌렸다. 글쓴이가 글의 내용을 일부러 복잡하게 썼거나, 뜻이 잘 전달되게 쓸 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셋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라. 다른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글쓴이는 누구를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김석일, 2017). 헤밍웨이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는 것을 쓰게 되면 명확하게 쓸 수 있고 사람을 이해하면 글을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방법은 헤밍웨이가 풋볼선수, 의용병, 종군기자, 사냥, 투우, 바다낚시,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글쓰기 방법이다. 그는 진실한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끝없는 도전과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저자도 글의 소재와 관련된 실체가 보존되어 있다면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쓰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그러나', '그런데'와 같은 접속사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접속사를 사용하면 독자의 생각이 접속사에 한정된다. 접속사는 독자의 몫으로 놔둔다.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문장이 간결해지고 군더더기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접속사는 마치 물이 흐르는 데 중간에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윗덩어리와 같을 때가 있다. 바윗덩어리를 치워버리면 물은 자유롭게 잘 흘러갈 것이다.  

저자는 오늘도 글을 '잘' 쓰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머릿속에서 어렴풋이 잡히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천재성이 부재한 평범한 글쓴이의 비애다. 포기하지 않고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최고의 학습법은 반복학습이 아니겠는가. 다행히 사람에게는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영감을 제공하는 독서가 있지 않은가. 독서를 할 수 있는 한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고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된다는 신념으로 버텨본다.  



강원국. (2016).《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

염철현. (2021).《학습예찬》. 박영story.

오마라. (2022). 《걷기의 세계》. 구희성 옮김. 미래의 창.

유시민. (2015).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 길.

임재춘. (2002).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마이너.

헤밍웨이, 어네스트. (2009). 《헤밍웨이의 글쓰기》. 이혜경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김석일. (2017). 《매일경제》. [이야기 책세상] 헤밍웨이가 강조한 ‘글쓰기 원칙’ 세 가지〉.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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