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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re Jul 17. 2017

단짠, 당신의 선택은?

선택의 기로에 선 이탈리아 미식 로드


짜다


나는 짠 쪽이다. 짠 음식을 즐긴다는 소리다. 스테이크는 천일염에, 고등어자반은 501 양조간장에 찍어 먹는다. 건강을 이유로 간을 덜하기 전까진 그랬다. 절제해도 본성에 눈 뜨는 날이 있다. 후회하지만 또 무너진다. 그렇다. 지금 내 위는 달리고 있다. 매우 짜게.




만두 모양, 우동 모양. 어려운 면 이름은 못 외워도 좋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으면, 이탈리아 요리사는 어떻게든 자작한 국물에 짭짤하게 만들어 준다.



단짠의 맛을 처음 본 건 씨솔트 카라멜 아이스크림 때문이었다. 짭조름한 달콤함. 시간 차를 두고 벌어지는 미식 타이밍, 그렇게 단짠에 눈을 떴다





라즈베리 하나, 바닐라 카라멜 하나. 젤라또는 꼭 2가지 맛으로 먹었다. 상큼한 과일 젤라또와 크림과 단 맛이 나는 바닐라, 피스타치오를 섞어보길!


달다


파스타 한 접시와 젤라또 한 스쿱. 난 이탈리아 단짠의 향연 앞에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먹고, 또 먹고. 윗배 아랫배 할 것 없이 먹을 복 터진 나날들. 여기에 '원 샷' 에스프레소 한 잔을 곁들이면 '단짠'의 멀쑥한 조합은 쓴 맛으로 중화되어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선사한다. 인간의 혀가 느끼는 미뢰의 맛은 달곰하기 그지없다. 쌉싸래한 질감에 반응하는 짠 맛은 또 어떤가. 시고 달고 짜고 시큰하고, 이탈리아 땅에 발붙이고 나서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 뚱보가 될 판이다.






이탈리아식 짠맛을 즐기는 일에 나만의 방법까지 속출했다. 건조하고 텁텁한 화이트 와인으로 입안을 먼저 준비시키는 것. 그렇게 얼얼해진 입속에 짭조롬한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 한 입. 피렌체에서 처음 맛본 편으로 썬 송로 버섯을 얹은 스테이크는 처음 맛본 짠맛이었다. 소금의 짠맛이 아니라 치즈의 조린 맛이었기 때문이다. 송로버섯의 입안에 향을 피운 뒤 들어차는 치즈 소스에 절인 스테이크의 식감은 부드러웠다. 심지어 먹기 좋은 크기로 서빙된 상태. 포크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미식 로드의 조건은
첫째가 재료,
둘째는 시즈닝이다





이미 청바지 단추는 터지기 일보 직전. 누가 그랬던가.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가 없다고. 주관적으로 한가지 더 추가한다. 포만감은 절대 감출 수 없다고. 배부른 자의 표정을 보라. 관대하다. 혼자라도 잘 먹고 잘 다니자며 점심은 꼭 레스토랑에서 챙겨 먹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3가지 종류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 모든 세팅이 완벽한 고급 식당을 일컫는 리스토란테(ristorante), 남부식, 북부식 등 지방의 특색 음식을 중심으로 요리하는 식당 트라토리아(trattoria), 주로 화덕 피자를 내어오는 피쩨리아(pizzeria)가 있다. 모두 파스타, 피자는 판다. 다만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식으로 즐길지는 취향에 달렸다. 점심은 캐주얼하게 트라토리아에서 2개 요리를 맛보고, 저녁엔 리스토란테에서 3~4코스에 와인을 곁들이면 좋았다. 홀로 여행 중인 난 어정쩡하게 아점 혹은 오후 서너시쯤 배가 고프면 피쩨리아나 바르(bar)라고 표시된 카페에서 베이커리와 샐러드를 먹었다. 다양한 식당 중 인상적이었던 곳은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다. 와인에 어울리는 스테이크, 파스타, 3가지 핑거 푸드 세트 등을 파는 데 마리아주가 아주 훌륭했다. 물론 짰다. 마무리로 텁텁한 와인은 필수. 와인을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인가... 헷갈린다.




마나롤라 언덕 카페에서 먹었던 해산물 범벅. 아보카도와 올리브유를 섞은 뒤 해산물에 바다 간을 한 시즈닝 요리였다. 향이 좋았고 맛은 건강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발효식이 건강식이라면,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올리브유와 토마토가 슈퍼푸드인 듯했다. 맛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가 물 맛, 장 맛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어디든테이블마다 향 좋은 올리브유가 놓여있고, 붐비는 음식점에 가보면 올리브유로 마리네이드 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들의 음식을 좌우하는 물 맛과 장 맛은 올리브유인 셈. 이탈리아 가정식이 궁금해졌다. 여행 일정 중에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돌로미티 인근에서 팜 스테이(농장 민박)를, 그리고 리퓨지오(알프스 산맥 내 일정한 거리를 둔 산장, 1일 2식 포함)에 며칠 머물렀다. '신들의 만찬'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즐겨야 한다는 허세가 발동한 탓이다.




여름 향기가 설렌다. 아침 식사가 마련된 농장 민박의 풍경.


이 훌륭한 재료는 어디서 오는가.
알프스의 축복은 우유와 버터.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의 재료는 남달랐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이 시작되는 벨루노 지역 농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조식은 평범했다.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이는 우유의 맛. 이 고소함은 뭐지?



놀라운 것은 별다른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빵과 버터와 잼. 그저 그런 평범한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팍퍽한 빵에 목이 막혀 단숨에 우유를 두 컵이나 들이켰다. 30년 이상 맛본 적이 없는 우유 맛이다. 노모가 된 울 엄니 지금껏 내게 키 더 크라며 우유만 권하신 덕에 소싯적 우유 맛 좀 구분했었다. 비릿함은 없고 고소함만 감돌았다. 농장에서 소를 잘 키우나? 이런 우스운 생각이 든다. 다음 날, 차를 몰아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로 향했다. 내가 머문 곳은 파네스_세네스_프라그세르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페데루 산장(Albergo Alpino Pederü Berggasthaus), 3일을 머물렀다. 첫날 저녁. 이걸 정말 다 준다고? 수프부터 디저트까지 그 어떤 리스토란테(고급 레스토랑) 보다 맛이 훌륭하다.



큰 기대 없이 내려 간 산장 레스토랑.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제일 먼저 놀란 맛은 채소 수프다. 신들의 지붕, 마녀가 사랑한 천국으로 불리는 돌로미티에서 먹는 첫 끼. 그 흔한 풀내가 없다. 채소가 달고 맛있다. 국물은 산 바람에 맞서 추위를 딛고 온 나그네의 몸을 녹여줄 뜨거움이다. 스테이크는 그냥 녹았다. 태생이 촌스러운 입맛으로 고기는 미디엄으로 즐긴지 얼마 안 된 웰던주의자다. 제대로 맛있게 먹어보자 싶어 미디엄을 주문했다. 저 큰 고기를 다 먹었다. 사이드 디시로 나온 채소 한 접시도 클리어. 싹싹 잘 먹는 날 보던 금발 숏 헤어의 담당 서버(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인접 지역이라 여러 나라의 모습이 발견되는 인상이다. 피어싱한 외모와 달리 따듯한 말투가 어딘 지 신비롭다.)가 치즈 케이크를 권한다. 이미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맛보고자 하는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다. 밝은 표정으로 Yes! 한참 걸린다. 주방에서 나온 산딸기 시럽을 얹은 치즈 케이크. 우유의 맛을 능가했다. 그래, 그 우유로 만든 치즈를 사용했겠군. 드링크는 뭘 먹겠냐 묻는다. 에스프레소! 참고로 드링크는 별도 결제다. 이 음식을 다 주는데 안 시킬 이유가 없다. 1박 싱글 룸 2식에 70유로 정도다. 오늘도 내 위는 달린다. 단짠단짠...





음식은 꼭 맛으로만 먹는 건 아니다.
그 날의 분위기
그 음식을 두고 나누는 공감
단짠의 맛을 잊을만큼 마음을 녹인 한끼였다







아쉬운 맘에 초콜릿을 샀다. 미니 비스킷이 조각조각 들어있다. 예쁜 이름 밀카. 맛은 좋을 수밖에. 모든 맛이 다 좋았다. 뚜또 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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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의식주. 입고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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